잇단 공사비 소송…잡음 커지는 사업장
공사비 문제 갈등 심화…공사 지연 시 조합 측 손해 커
2024-05-28 16:20:42 2024-05-28 17:28:3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최근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 발주사와 시공사의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급등했고,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비용이 증가한 데 따른 것입니다. 
 
28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지연손해금을 포함한 미수공사비 178억원을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1지구 재건축조합이 보유한 대치푸르지오써밋 아파트 상가 부지를 가압류했습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공사비 증액도 잘 합의됐고, 준공 및 입주가 완료된 상황"이라면서 "추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겠으나 현재는 설득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상가가 분양되면 소유권이 넘어가 사업 시행자의 재산이 없어져 채권 변제를 못 받게 될 가능성 때문에 가압류를 한 것인데요. 가압류를 할 경우 분양이 불가합니다. 분양이 안 되면 대출에 대한 상환이 불가하고, 분양 지연에 따른 위약금 발생 등으로 조합 측의 손해가 커 조정이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GS건설 역시 지난 3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미아3구역)'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323억원 규모의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미아3구역은 2014년 총공사비 1980억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해 2017년, 2021년, 2023년 세 차례에 걸쳐 690억원을 인상했습니다. GS건설은 지난 1월 공사비 인상을 요청했으나 조합 측은 그간 물가 상승에 따라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했고, 지난해 5월 기준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맺었다는 이유 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인천 미추홀구 주안4구역 재개발조합, 송도B5블록에서 엘제이프로젝트피에프브이와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롯데건설도 서울 송파구 거여2 재정비 촉진구역1지구 재개발조합, 강남구 대치2지구 재건축조합, 주안4구역 재개발조합 등을 상대로 공사대금 소송을 진행 중이죠. 청구금액은 각각 107억, 85억, 83억원입니다.
 
지난 2022년 공사비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발주사와 시공사 역시 공사비 문제로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쌍용건설은 판교 KT 신사옥 공사비 증액건을 두고 KT와 소송전에 돌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원자재 인플레이션 등을 이유로 쌍용건설은 KT에 공사비 상승분 171억원의 분담을 요구했고, KT는 물가변동 베제특약을 근거로 추가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협상을 이어가던 KT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쌍용건설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재무건전성 악화 뇌관…줄소송 우려 가중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재무건전성 악화의 뇌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건설 경기 침체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공사를 진행하고 나서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 금액이 크게 늘었습니다. 미청구공사액은 회계상 자산으로 분류되지만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하면 손실로 인식돼 잠재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힙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30대건설사 미청구공사액은 22조40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습니다. 
 
분쟁이 증가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민간 건설공사 표준계약서를 개정해 물가변동에 따라 조정금액 산출 방법을 구체화했습니다. 또, 도급계약 체결 시점에 계약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조정'이나 '중재' 중 하나로 건설분쟁 조정 방식을 택하도록 했는데요. 다만 민간공사 현장에서는 강제성이 없어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쉽사리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서로의 입장차가 뚜렷해 향후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송으로 사업이 지체되면 조합 입장에서는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을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힘들고, 결국에는 공사비 인상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입찰 때는 시공사가 을이지만 일단 착공 이후에는 아쉬운 것이 없는 입장이지요.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공사비 갈등이 있는 곳들이 결국 소송으로 가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건설사가 계약할 때부터 공사비를 높게 책정해 사업 수익성이 안 나오는 곳들은 아예 사업 시작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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