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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증권수수료 면제, 생색내기 안된다
2020-09-21 06:00:00 2020-09-21 06:00:00
이종용 증권데스크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들이 증권사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한시 면제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들 기관은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워진 경제여건을 감안, 거래비용 경감을 통해 시장참가자와 자본시장의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관기관의 수수료 면제 조치가 투자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인 만큼 효과는 어떨까. 국내 증권사는 거래소에 매매수수료 및 청산결제수수료 명목으로 거래대금의 0.0027%를, 한국예탁결제원에 대체결제수수료 명목으로 거래대금의 0.0009%를 납부해 왔다.
 
즉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0.0036%의 수수료를 받지 않로 하면서 증권사들도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명목의 비용을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어느 투자자의 주식 거래대금이 100만원일 때 총 36원 꼴이다.
 
이번 조치가 거래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데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주식 매도시 발생하는 증권거래세(0.25%)는 그대로 존재하기도 한다. 증권 관련 세금으로 가장 상징적인 존재의 세금은 유지되고 있어 신규유입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에 이번 방침이 나온 타이밍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상반기까지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수입이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작년 한 해 동안의 수수료 수입 총액(2511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거래소의 반기 수수료 수입은 매년 1200억~1500억원 수준에서 등락했으나, 코로나 발발 이후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거래가 급증하면서 수수료 수입이 대폭 늘어났다.
 
한 내부 관계자는 "거래소나 예탁원이 민간 기업도 아닌데 수수료 수입이 이례적으로 많이 늘면 부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거래소 수수료 수입이 급증했지만, 회사 내 쌓아둔 현금(사내유보금)이 많다는 지적을 대비한 국감용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관기관의 수수료 면제 방침에 대부분의 주요 증권사들도 수수료 면제에 동참하고 나섰다. 동참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증권사들도 점차 수수료 면제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사만큼 다양한 수익원이 없고, 따라서 위탁매매 의존도가 높아 수수료 인하에 선뜻 동참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한다.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는지 이들은 "인하를 검토 중"이란 말을 반복하고 있다.
 
당국 등살에 더는 버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신용융자이자율 체계를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본 뒤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가격 개입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증권사 수수료율 산정까지 관치의 불똥이 튈지도 모를 일이다.
 
한시적인 수수료 면제의 혜택을 받는 쪽이 개인 투자자나 증권사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주체별로 이해득실을 따져봐도 누구를 위한 수수료 면제 정책인지는 잘 모르겠다.
 
올해엔 코로나로 경제 상황이 안좋아서 그런지 발표자료에 '비용 경감', '지속 성장'과 같은 단어가 눈에 띈다. 미사여구가 많으면 겉만 번지하다는 비판이 나올수밖에 없다.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유관기관 수수료 수입이 자본시장 발전에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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