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같은 농인이지만 각각 음성언어와 수화언어를 쓰던 사진가 부부, 그리고 이들 사이 태어난 청인 아이. 어릴 때부터 보청기를 끼고 대화를 ‘훈련’한 저자는 자신이 겪은 크고 작은 사건으로 언어, 감각, 몸, 소통, 장애, 다양성,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가족에게 언어와 몸의 ‘서로 다름’은 격차와 경계가 되기도 하지만, 더 깊이 소통하고 더 많이 상상하기 위한 동기이기도 하다. 소수자로서 비관하기 보단 기쁨을 믿으며 일단 무언가를 시작한다.
서로 다른 기념일
사이토 하루미치 지음|김영현 옮김|다다서재 펴냄
지난해 첫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 올해 7월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으로 SF계 작가로 우뚝 선 천선란 작가가 새 SF 소설로 돌아왔다. 전작들이 진보하는 기술 속 변화, 발전 모습을 예견하는 장르라면 신작은 진보하는 기술 속 희미해지는 존재들을 올곧게 응시한다. 책을 열면 경마 경기 기수가 인간에서 휴머노이드로 대체되는 2035년 풍경이 눈 앞에 당도한다. 발달한 기술이 배제한 이들, 부서지고 다친 천 개의 파랑은 연대를 향해 나아간다.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음|허블 펴냄
공부에 관한 논의가 ‘입시 제도’로 축소돼버린 한국 사회는 여전히 안타깝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입시라는 급행 열차의 종착역’에 대해 우리는 깊게 질문해본 적이 없다. 공부란 무엇이고, 공부하는 삶은 우리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모범생의 자세만으로는 공부의 본질에 다가설 수 없다. 저자는 사회가 허용하는 수준의 비판력, 타자에 대한 공감의식,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제언 등을 위해 공부의 의미를 되짚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어크로스 펴냄
볼로냐 국제도서전 라가치상 특별상을 수상한 일본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신작. ‘만약’이라는 상상 세계를 큰 행성 그림으로 그린 뒤 이것이 우리가 매일 살고 있는 ‘일상’에 영향을 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의 상상 세계에선 각자에 소중한 물건, 사람, 마음이 어딘가로 휘발되지 않는다. 이 상상이 큰 사람일수록 일상의 세계를 크고 행복하게 가꿀 수 있다. 말랑한 파스텔톤 그림체와 상상이 팍팍한 우리 현실을 위로한다.
만약의 세계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양지연 옮김|주니어김영사 펴냄
2009년부터 10여 년간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며 저자는 미술사를 비롯해 세계사, 그리스 신화, 와인 등으로 인문학을 통찰해왔다. 이 중 우리 삶을 성찰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됨직한 소재를 골라 18개 이야기로 엮어냈다. 마르크 샤갈 ‘도시 위에서’의 작은 아이 모습을 보며 삶의 고비를 되새기고, 조지 오키프 ‘구름 위의 하늘’ 연작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친다. 그리스 신화로 사랑, 우정, 죽음 등 생의 질문들도 탐험한다.
마흔의 인문학 살롱
우재 지음|카시오페아 펴냄
코로나 대유행은 세계적으로 많은 것들을 바꿔놓고 있다. 인류는 기존 질서와 체제, 트렌드와 작별하고 다른 체제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서 있다. 저자는 이러한 지금의 상황을 ‘코로나 혁명’이라 정의한다. 의료시스템, 경제 뿐 아니라 영토나 인권, 사회계약 같은 근대적 가치들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흄이 통찰한 인간의 본성, 공감 능력에 주목하며 향후 우리가 갖춰야할 사상적 토대에 질문을 던진다. 뉴노멀시대 되새겨야 할 가치, 사상을 살펴준다.
뉴노멀의 철학
김재인 지음|동아시아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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