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블랙머니’ 등을 연출한 영화계 대표적 연출자 정지영 감독이 업무상 횡령 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24일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양태정 변호사는 공익 제보자를 대리해 정 감독과 그의 아들이 대표인 제작사 아우라픽처스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이 회사의 사내 이사로 실질적인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영 감독. 사진/뉴시스
공익 제보자로 알려진 한현근 시나리오 작가는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시나리오를 쓰고, 또 ‘부러진 화살’은 아우라픽처스와 공동제작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 작가는 정 감독이 일부 스태프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스태프 인건비 목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착복했다고 주장했다.
한 작가에 따르면 정 감독의 지원금 착복은 2011년 영화산업 안정적 제작환경 조성 및 영화 스태프 처우 개선 목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가 ‘부러진 화살’ 제작사에 지급한 지원금이다. 이 돈을 스태프 통장에 입금했다가 다시 영화 프로듀서 계좌로 되돌려 받는 식으로 횡령했단 주장이다. 이를 통해 피해를 입은 스태프가 최대 10명에 이른다고 한 작가는 주장했다. 정 감독은 ‘부러진 화살’을 만든 이후 이듬해 공개한 ‘남영동1985’에서도 일부 스태프에게 지급된 급여 등을 제작사 대표 계좌로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횡령 했다고 한 작가는 주장했다.
양 변호사는 “영진위 보조금 회수 방식으로 볼 때 영화진흥위원회와의 지원금 약정 단계에서부터 급여를 가로챌 의사를 갖고 영화진흥위원회를 기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식의 편취 행위는 업무상 횡령 및 보조금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화적 동지로 불린 선배 영화인의 고발을 결정한 한 작가는 “겉으론 사회 불의에 맞선 영화를 만들어 후배들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실제론 돈 욕심에 불의한 행위를 일삼는 것을 묵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무려 10년이 흐른 뒤 고발을 결심한 것에 대해선 “그가 변화되기를 기다렸다”면서도 “더 이상 그의 횡포를 좌시할 수 없었다. 정 감독의 위선으로 내가 쓴 시나리오로 만들어 진 영화의 진정성 조차 의심 받게 될 불명예를 참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1985’는 개봉 당시 상업영화로선 이례적으로 적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기록적인 흥행을 거듭하며 ‘거장의 귀환’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두 영화의 성공으로 제작사인 아우라픽처스는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한 작가의 주장대로라면 두 영화를 함께 만든 스태프와 시나리오 작가는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것이 된다. 한 작가는 ‘부러진 화살’ 역시 자신의 단독 집필이지만 정 감독의 강요로 한현근-정지영 공동 집필로 크래딧에 이름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우라픽처스 측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정확하게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 중이다”면서 “한 작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자료를 준비해 밝힐 예정이다. 조사 받을 내용이 있다면 조사를 받겠다”고 전했다.
영화계에선 이번 문제가 국내 영화 제작 현장에 뿌리 깊게 박힌 스태프 임금 체불과 처우 문제 개선에 다시 한 번 불씨를 당기는 사건이 될지 관심이 보이고 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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