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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종이기록' 없앤다
법무부 "형사사건 완전 전자화 추진"
제정안 의견 청취 후 10월 하순 국회 제출 방침
2020-08-13 14:00:00 2020-08-13 14: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그동안 피고인이 증거기록을 일일이 복사하거나 대형 사건에서 소위 '트럭 기소'가 이뤄지는 등 종이 문서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형사 사건 절차의 완전 전자화를 추진한다.
 
법무부는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법률 시행을 위한 2000억원 규모의 시스템 구축 사업도 병행한다.
 
이번 법률안은 우선 수사, 기소, 재판, 형 집행 등 형사사법 절차에서 문서의 제출·작성·유통·관리가 완전 전자화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사건 관계인은 기관에 출석하지 않고 컴퓨터 등을 이용해 서류, 증거자료를 제출할 수 있으며, 조서 등 각종 서류도 전자서명 후 전자적으로 작성된 후 전자문서 형태로 유통·관리된다.
 
또 사건 관계인이 전자적으로 사건기록을 열람·출력하고, 전자적으로 송달·통지를 받을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된다. 사건 관계인은 종이 기록을 복사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전산정보처리시스템에 접속해 전자기록을 열람·출력할 수 있고, 동의한 사건 관계인에 대해서는 우편송달을 대신해 전자적 송달·통지가 시행된다.
 
특히 '전자법정'의 구현으로 구두변론이 활성화되고, 피고인의 방어권도 충실히 보장되도록 하고 있다. 이로써 법정 내 스크린 등 설비를 이용해 전자화된 증거자료의 현출이 쉬워지고, 이를 활용한 증인신문 등이 이뤄진다. 피고인이 전자적 증거기록을 열람해 신속하게 재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고,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법무부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법원, 검찰, 경찰, 해양경찰 등이 참여한 전담팀을 구성해 이번 제정안을 마련했다. 법무부는 입법 예고 기간 관련 부처, 변호사 단체, 학계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후 10월 하순까지 이번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형사사법 절차에서 전자문서 등을 작성·유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므로 법무부는 오는 2024년 완전 개통을 목표로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구축 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이 시스템으로 원격 화상 조사, 음성인식 조서, 챗봇 등 첨단 기술이 도입되며, 예상되는 총사업비는 2105억원이다. 
 
전자소송 현황. 사진/법무부
 
앞서 형사소송을 제외한 다른 소송절차는 지난 2011년부터 차례로 전자소송이 도입됐고, 행정소송은 99.9%, 민사소송은 77.2%, 행정소송은 100%에 가까운 이용률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형사소송 절차는 여전히 종이 문서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음주·무면허 사건과 공소권 없는 교통사고 사건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전자적 사건 처리가 이뤄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약식·전자불기소는 전체 송치 사건의 3.06%인 4만9253건에 불과했다.
 
종이 문서를 기반으로 진행된 절차에 따라 사건 관계인은 서류와 증거자료 제출, 조사, 증거기록 열람·등사 등 대부분의 업무를 위해 직접 기관을 방문해야 했고, 기소 이후 피고인은 철끈으로 묶인 종이 기록을 한 장씩 넘기면서 복사기로 복사해야 했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 사건에서는 수십만쪽에 달하는 기록이 트럭으로 옮겨지기도 했으며, 이 역시도 기록을 복사하는 데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됐다. 예를 들어 20만쪽의 기록을 복사하는 데에 1000만원, 영상물 등 파일은 700Mb에 5000원, 추가 350Mb당 25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종이 기록은 한 사람이 기록을 검토 중일 때 다른 사람은 동시에 기록을 검토할 수 없어 필요하면 기록 전체를 복사해야 하고, 키워드로 검색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사건 배당·결재 등의 과정에서 다량의 종이 기록이 이동해야 하고, 확정된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대규모 창고도 필요하다. 사건 송치·이송, 영장 신청·청구, 상급심 송부 등 물리적으로 기관 간 또는 지역 간 이동이 필요하고, 송달·통지에도 시간이 걸린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사사법 절차에서 전자문서가 널리 사용됨에 따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은 강화되고, 업무의 효율성이 증대된다"며 "형사사법 업무의 전반에 걸쳐 신뢰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컴퓨터 이용이 어려운 피의자는 종이 문서 제출과 출력물 교부를 선택할 수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며 "또 차세대 KICS 구축 사업의 하나로 정보보안 체계 강화를 포함하고 있어 형사사법 절차 전자화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형사사법 절차 전자화에 따른 업무 변화. 사진/법무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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