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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숨통 끊긴 카풀…모빌리티, 혁신이 안 보인다
타다에 이어 풀러스도 사업 정리 돌입
플랫폼 운송사업 진입 어려워…제2의 타다 부재
2020-06-22 17:11:29 2020-06-22 17:53:55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고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확실하게 다시는 정부에서 지금 규정하지 않은 스타일의 사업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서영우 전 풀러스 대표) 
 
타다에 이어 또 하나의 모빌리티 기업이 규제로 사업을 접었다. 한때 10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국내 1위 카풀 업체로 주목받던 '풀러스'가 지난 20일 사업을 완전 무상으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사업 정리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풀러스는 정부의 유상카풀 제한, 택시업계의 반대, 그리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여객법으로 연이어 내리막을 걷다 더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게 됐다. 
 
서영우 전 풀러스 대표. 사진/뉴시스
 
풀러스가 사업을 접음으로써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하 여객법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혁신사업인 '타입 1'에 속하는 기업이 하나 더 사라졌다. 국토교통부는 여객법 개정안을 '모빌리티 혁신법'이라 부르며 '타다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집니다'라고 홍보했지만, 타다와 같은 타입 1 모빌리티 기업은 이제 파파와 고요한 택시, 2곳밖에 남지 않았다. 
 
22일 풀러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풀러스는 지난 20일부로 "2019년 3월 사회적 대타협으로 인한 카풀 이용 제한 및 코로나19로 인하여 유상 카풀 시장이 크게 축소됐고 이에 전면 무상 서비스로의 전환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공지했다. 카풀 서비스가 무상 전환되면서 풀러스 플랫폼에서 카풀을 이용해도 여정의 팁과 연결비 등 실제 결제되는 비용이 사라졌다. 이용자들에게 남아있는 미사용 크레딧은 오는 26일까지 모바일 상품권으로 지급된다. 
 
풀러스를 이끌어온 서 전 대표는 지난 5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서비스 무상 전환 등의 방향은 서 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기 전 이미 정해진 것이다. 서 전 대표를 비롯해 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대표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서 가볍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고, 이후의 방향이 없어 앞으로 계속 이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풀러스는 한때 이용자 100만명을 확보하며 국내 카풀 서비스를 주도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24시간 지난 2019년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출범했고, 그 결과 유상 카풀은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6~8시에만 허용됐다. 
 
풀러스는 이후 해외 진출도 시도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길이 막혔다. 지난 2월에는 택시 4단체로 구성된 카풀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서 전 대표와 풀러스 드라이버 24명을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이후 풀러스는 무상 카풀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운영하며 사업모델을 재검토했으나, 결국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에 규정된 플랫폼 운송사업 유형. 자료/국토교통부
 
풀러스는 지난 3월 중순, 여객법 개정안 제정으로 국토부가 연 '모빌리티 업계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13개 모빌리티 업체 중 하나다. 카풀은 택시 외 모빌리티 사업이기 때문에 풀러스가 신사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여객법 개정안 상 플랫폼 운송사업인 '타입 1'에서 길을 찾아야 했다. 현재 여객법 개정안 시행령과 관련된 내용을 논의하는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의 핵심 쟁점도 타입 1의 운행 대수나 기여금 등을 정하는 것이다. 
 
국토부가 간담회에까지 초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풀러스는 정부가 출구를 찾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택시와의 지속적인 갈등을 중재하지 않았는데, 시행령 제정도 늦어졌다. 서 전 대표는 "택시 4단체가 제출한 고발장도 유상 카풀 제한 이전 운행을 문제 삼은 것이어서 정부가 중재를 해주면 되는데, 여러 경로를 통해 국토부에 부탁도 했지만 관심 없었다"며 "작년 3월 대타협 이후 카풀을 못 하게 됐고, 1년 이상 지났으나 새로운 법(여객법 개정안)에 의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정해진 것도 없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 전 대표는 "국토부가 항상 도와준다고 말은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인데, 실질적으로 뭘 할 수 있게 열어주는 것은 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여객법 개정안은 '모빌리티 혁신법'이기 때문에 제2의 타다가 많아질 것이라 주장했다. 핵심은 모빌리티 혁신위에서 정해질 시행령이다. 기여금이나 운행 대수 총량, 허가제 등 법안의 구체적인 부분을 정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신사업이 많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타입 1에 진입한 신규 사업자는 파파 모빌리티를 운영하는 파파와 고요한 택시를 운영하는 코액터스, 두 곳뿐이다. 불확실성이 크니 섣불리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행령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어 이를 준비하는 데 추가적인 부담도 늘어난다. 
 
신규 사업자가 적다 보니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파파는 한때 운행 대수 규모가 100여 대였으나, 규제가 늘면서 그 규모를 줄이게 돼 현재 50여 대로만 운영 중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지만 최대 300대까지만 운영이 허용된다. 고요한 택시도 현재 20여 대를 운행 중이며, 규제 샌드박스로 최대 100대까지만 허가를 받았다. 지난 4월 타다가 베이직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 전까지 운행하던 차량 대수는 약 1500대였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결정해야할 사항을 사실상 대부분 다 정해 놓은 상태에서 모빌리티 혁신위를 조직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타입 1의 경우는 더 이상 신규 사업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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