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결백’ 배종옥 “나도 섹시하게 늙어가고 싶다”
“나이 먹은 노년, 언젠간 해야 할 배역…‘화자’ 감정적으로 이해돼”
“섹시하게 나이 먹은 허준호 너무 멋져, 배성우 코미디 연기 최고”
2020-06-20 00:00:00 2020-06-20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올해로 데뷔 35년 차다. 길고 긴 시간 동안 그의 연기는 켜켜이 쌓여갔다.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스타 작가들이 첫 손에 꼽는 연기 잘하는 배우’ ‘무조건 내 작품에 출연시키고 싶은 배우가 된지 오래다. 그가 출연하면 어떤 배역이든 설득이 됐다. 그가 출연하면 어떤 얘기라도 이해가 됐고, 공감이 됐다. 하지만 그 길고 긴 35년의 시간 동안 웬일인지 스크린 출연작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가 출연한 영화 중 대중적으로 가장 알려진 작품이 2003년 개봉한 질투는 나의 힘이다. 가장 최근 영화는 2018년 개봉한 독립영화 환절기. 배우 배종옥에 대한 얘기다.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배종옥은 언제나 배종옥이었다. 그는 도시적이고 차갑고 때로운 살갑지만 적당히 거리감을 두는 그런 여성의 이미지를 갖고 등장해야 배종옥스럽다는 말을 듣고 또 그런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70대 후반의 노인 분장으로 치매에 걸린 노인 역을 맡았다고 했을 때 의아함보단 도대체 어울리기나 할까 싶었다. 영화 결백속 배종옥의 변신은 그런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배우 배종옥. 사진/키다리이엔티
 
영화로선 환절기이후 바로 다음 작품이다. ‘환절기에서도 엄마였고, 이번 결백에서도 엄마다. 배종옥은 당연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엄마 외에 뭐가 있겠냐며 웃는다. 사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맞는 말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배종옥이란 걸출한 배우를 캐스팅하고서, 나이 때문에 엄마역만 맡긴다면 연출자로서 정말 억울할 것 같단 생각이 너무 들었다. 상상해 보니 그랬다.
 
하하하, 나이가 벌써 몇 살인데 다른 배역이 있겠어요. 그래도 할머니 역할이 아니니 다행이네요(웃음). 이번엔 엄마이지만 좀 다른 엄마잖아요. 급성 치매에 걸렸고, 사건의 핵심을 쥐고 있는 인물이고. 그런데 치매로 인해 인지능력이 상실한 인물이고. 사실 이 영화의 모티브인 막걸리농약 사건을 알고 있었죠. ‘그 얘기를 어떻게 풀었을까호기심에 읽었는데 단숨에 읽었어요. 이걸 이렇게 잘 풀어냈다면 뭔가 해 볼만 하겠다 싶었죠.”
 
배종옥이 연기한 화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급성 치매에 걸린 인물이다. 이 영화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고, 또 그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 열쇠의 향방을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는 것인지, 알아도 모른 척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결코 쉽지 않았다. 우선 외모가 심상치 않다. 배역의 실제 나이에 비해 더 늙어 버린 외모를 표현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바닥에 추락한 지점을 드러내야 했다.
 
배우 배종옥. 사진/키다리이엔티
 
노인 연기는 언젠가는 나도 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고, 이번에 한 게 빠르다뭐 그런 생각은 안 해요. 우선 전 화자란 사람이 정말 안쓰러웠어요. 영화 속 사연처럼 그런 끔찍한 상황을 겪게 된다면 나라도 제정신이 아닐 것 같았어요. 그런 생각이 드니 사실 감정적으로 힘든 건 없었어요. 이해가 되니깐. 다만 노인 분장을 하고 행동을 표현하는 데 그 나이 대에 걸 맞는 몸짓이 잘 안 나왔어요. 우리 엄마나 이모 고모들 모습을 많이 떠올려 봤죠.”
 
사실 놀라웠던 것은 결백연출을 맡은 박상현 감독이다. 그는 이번 영화가 데뷔작인 신인이다. 신인으로서 배종옥을 캐스팅하려 했던 과감함이 놀라웠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박 감독의 러브콜에 시나리오를 읽고 화답을 한 배종옥의 선택이었다. 따지고 보면 배종옥은 스크린 출연작에서 신인 감독의 작품을 마다한 적이 없었다. 스크린 대표작이 된 질투는 나의 힘도 데뷔 감독 작품이었다.
 
전 의외로 데뷔 감독들 작품 많이 했어요(웃음). 데뷔 감독이라서 부담이 있다? 전혀 그런 것 없어요. 이번 박상현 감독도 데뷔하는 신인 감독이지만 영화 경력은 정말 엄청나던데요. 조연출 생활도 굉장히 오래했고. 시나리오도 본인이 절에 들어가서 3년을 썼다고 하니. 현장을 지휘하거나 작품을 끌어 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은 전혀 없었어요. 내 딸로 출연한 신혜선도 스폰지 같은 후배였어요. 뭘 얘기를 하면 쫙쫙 빨아 들이더라고요. 그냥 나만 잘하면 되는 현장이었어요(웃음).”
 
배우 배종옥. 사진/키다리이엔티
 
이번 영화에서 배종옥과 또래는 배우 허준호가 있었다. 연기 경력이나 친분 등이 가장 가까운 동료였다. 배종옥과는 영화에선 정 반대에 서 있는 인물이지만 허준호는 배종옥이 칭찬하고 경외하는 정말 연기 잘하는 몇 안 되는 동료 중 한 명이었다. ‘허준호에 대한 칭찬을 해달라는 질문에 배종옥은 눈빛을 반짝이며 극찬을 쏟아냈다.
 
진짜 그런 배우가 어디있어요(웃음). 우선 내가 이 영화를 통해 듣고 싶은 말을 기자간담회에서 먼저 해줬잖아요. ‘신혜선과 배종옥만으로도 이 영화를 추천한다라는 극찬이 어디있어요(웃음). 근데 허준호씨 보면 정말 섹시하게 늙지 않았어요. 진짜 동료들 중에 그렇게 멋지고 섹시한 느낌으로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나이를 먹는 게 두렵다기 보단 빨리 더 먹고 싶어질 정도에요. 나중에 꼭 준호씨와 로맨틱 멜로를 찍어 보고 싶어요.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저랑(웃음).”
 
배종옥은 올해로 데뷔 35년 차에 접어 들었다. 굉장히 긴 시간이지만 의외로 배종옥에게 35년은 짧아 보였다. 그는 체감이 그럴 것이다고 웃는다. 데뷔 이후 정말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색깔의 인물을 연기해 봤다. ‘결백을 통해 데뷔 이후 가장 파격적인 치매 환자 연기를 해봤다. 그는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배역이었을 뿐이라며, ‘난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말로 배역에 대한 도전과 욕구를 드러냈다.
 
배우 배종옥. 사진/키다리이엔티
 
아휴, 아직도 하고 싶은 역할 정말 많아요. 코미디는 언제나 꼭 다시 해보고 싶은 장르에요. 예전에 시트콤 웬만해서 그들을 막을 수 없다를 해보긴 했는데 지금 하면 더 잘할 거 같아요. 정말 코미디 잘하는 배우들 보면 너무 부러워요. 드라마 라이브때 배성우를 보면 너무 잘해서 샘이 날 정도였어요. 단어 하나만으로도 배꼽을 잡게 만드니. 진지하게 훅 들어가는데 눈빛 하나로 분위기를 확 반전 시키잖아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나 코미디 들어오면 너한테 공부하러 갈게라고 말한 적도 있으니. 하하하. 다음 작품은 배종옥의 코미디 기대해 주세요. 꼭 하고 싶어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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