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살아있다’가 바라본 진짜 섬뜩했던 한 장면
‘재난’ 장르 속 ‘좀비’ 소재, 사건 인과관계 생략…‘오직 생존 집중’
좀비 마니아 vs 재난 영화, 다른 시각 다른 관점 바라볼 ‘요소’ ↑
2020-06-17 00:00:00 2020-06-17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재난 영화에는 반드시 ‘왜’가 필요하다.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 동기가 바로 사건의 이유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으로 인해 인물들은 극한으로 몰리게 된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탈출하고 살아 남게 되는지의 과정이 공개된다. 그 과정에 관객들은 공감하고 이입이 되고 감정을 느끼게 된다. 겪을 수 없고, 겪어서도 안 되는 상황을 대리 체험하는 과정이 결과적으로 재난 영화 공식이고 해법이다. 하지만 이 과정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앞선 과정을 제외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사건이 벌어진 이유가 없다. 사건이 벌어진 동기가 없다. 하루 아침에 사건이 ‘뚝’ 떨어지고 모든 게 뒤바뀐다. 이제 인물들은 생존에만 모든 감각을 집중시키게 된다. 살아 남아야 그 다음이 있다. 당연한 얘기다. 이 당연한 상황을 영화적으로 체험하는 것이 지금까진 당연하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그걸 짚어낸다.
 
 
 
눈을 떴다. 텅 빈 집이다. 하릴없는 백수로 보이는 준우(유아인). 엄마가 남긴 메모. 그저 똑 같은 하루다. 세수를 하고 거울을 바라본다. 빙긋 웃음이 난다. 오늘은 또 오늘일 뿐이다. 그런 하루가 시작됐다.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한다. 온라인에서만 만나는 게임 동료들과의 만남. 변함 없는 하루다. 하지만 변함이 있다. 오늘만큼은. 그들과의 대화에서 등장한 변화. TV화면에 등장한 난리. 그리고 집 밖에서 들리는 난리. 세상이 난리다. 갑자기 컴퓨터가 꺼진다. 인터넷이 안 된다. TV에선 “밖은 위험하다. 집안에 있어라”라고 만 할 뿐이다. 어떤 일이 세상을 덮친 것일까.
 
준우가 바라본 아파트 밖 세상은 미쳤다. 사람들이 미쳤다. 서로 물고 뜯고 난리다. 좀비가 됐다. 이유는 모른다. 왜 그런지도 모른다. 어제와 오늘은 이제 다른 세상이다. 휴대폰 음성 메시지에 담긴 준우의 가족은 ‘어떤 사건’에 휘말린 듯하다.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이제 준우는 혼자다. 커다란 아파트. 그 안에 머물고 있는 준우는 혼자다. 집안에 있는 식량으로 버티면서 살아 남아야 한다. 아버지는 휴대폰 메시지로 ‘살아 남아야 한다’고 부탁한다. 살아 있어야 가족의 생사도 알아 볼 수 있다. 살아 남아야 다음을 계획할 수 있다. 이제 준우는 생존에만 모든 포커스를 맞춘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식량도 떨어져 간다. 아파트 이웃 사람들 모두가 좀비가 됐다. 시시각각의 몰려오는 위험에 준우도 마지막을 예감한다. 좀비가 되느니 죽음을 택하련다. 최후를 준비하던 중 누군가 안부를 건네온다. 건너편 아파트에 또 다른 생존자가 있다. 유빈(박신혜)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알지 못하지만 알고 지내던 동료이자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두 사람은 희망을 발견한다. 이제 혼자가 아니다. 혼자 생각하던 고민은 둘이 됐다. 슬픔과 고통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 희망은 더하니 두 배가 됐다. 고립된 아파트에서 두 사람은 이제 생존을 위한 탈출을 감행한다.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기존 재난 영화로선 특이한 선택을 한다. 이유를 생략했다. 사건 인과관계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롯이 과정에만 집중한다. 두 인물을 그저 과정 속에 던져 버렸다. 기존 좀비 재난 영화였던 ‘부산행’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 영화가 다른 점은 분명하다. ‘부산행’도 사건 인과관계가 생략됐지만,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상황과 그 상황이 만들어 낸 얘기에 집중했다. ‘#살아있다’는 등장인물도 손에 꼽을 정도다. 극히 제한된 인물들이 오직 ‘생존’이란 키워드에만 집중한다. 상황 속 외부와 내부에서 전해지는 사건도 없다. ‘지금’이 만들어 내는 급박한 상황만 존재한다. 이런 점은 준우와 유빈 두 인물이 존재하는 ‘아파트’의 고립성과 맞닿아 있다. ‘부산행’이 폐쇄된 공간인 ‘열차’를 택한 점은 스토리의 ‘직진’을 의미하기도 했다. ‘아파트’는 고립된 공간이다. 갇힌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이동과 탈출의 급박한 상황이 이 영화의 킬링 포인트다. 현대 사회의 필수요소인 휴대폰과 인터넷까지 끊어 버렸다. 준우와 유빈 두 사람은 온전히 갇혀 버렸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여러 좀비 영화에서 등장한 ‘생존 가이드’도 충실하게 이어간다. 생존을 위한 식량 취사 선택. 소리에 민감한 좀비의 특징, 나아가 시각까지 더해진 좀비의 특이점 등이 눈에 띈다. 도시란 공간 속 고립된 아파트란 또 다른 공간에서 필요한 여러 장치도 등장한다. 생존을 위한 포커스와 탈출을 위한 방식은 영화적 장치로 둘러대기엔 리얼함이 크다. 실제 ‘#살아있다’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충분히 참고할 만한 상황이고, 대처법이다.
 
장르를 설정하고, 장르 안에서 불필요한 지점을 제거하고, 장르 안에서 무조건 필요한 점만 남겨뒀다. 때문에 ‘#살아있다’는 전반적인 무게가 가볍다. 구성의 간결함이다. 반면 간결해진 구성은 이 영화가 제거한 사건 인과관계와 맞물려 재미의 체감을 달리 전달할 가능성도 남겨 둔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재난의 원인은 관객 입장에선 가장 궁금하고 의문을 남기며 이 장르가 마지막까지 손에 쥐고 있는 열쇠다. ‘왜?’ 즉 동기가 부족하니 상황을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이유를 찾게 되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숙제로 남게 된다. 영화 시작 3분의 2가 지나고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의 에피소드가 전체 스토리의 제외된 인과관계를 대신할 장치라고 보기엔 역부족으로 느끼게 되거나 불필요한 사건으로 다가오는 점도 그 때문이다. 더욱이 그 인물의 에피소드는 기존 유명 좀비 스토리에서 여러 번 마주했던 ‘그것’이다.
 
전체적으로 새로움은 없다. 주인공 준우와 유빈의 생존 방식은 일본 유명 재난장르 만화에서 봤음직한 에피소드 나열이다. 군데군데 등장하는 준우가 만들어 낸 상황의 유쾌함은 좀비 재난 상황과 역으로 대치되는 아이러니이자 현실풍자로 다가온다. 영화 마지막 화면을 가득 채운 생존의 메시지가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자가격리’에 대한 ‘직시’라면 꽤 섬뜩하고 충분히 재난적이다. 세상의 난리가 정체불명 좀비 등장의 소비로만 치부하는 영화적 시선은 오히려 이 장면 하나에 뒤질 정도다. 지금의 시대가 ‘#살아있다’ 세상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공포스럽단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좀비 마니아라면 어디서 봤음직한, 그리고 경험했음직한 장면이 꽤 등장한다. 좀비 자체의 해석은 독특하고 흥미롭다. 반면 재난 영화 마니아라면 인과관계 설정과 동기를 즐길 지점이 없다. 이 영화는 그 지점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개봉은 오는 24일.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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