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건 분명히 배우 본인 입장에선 결코 유쾌한 단어는 아니다. 김무열을 두고 ‘가성비 좋은 배우’란 말들을 한다. 이 단어에는 분명 칭찬이 가득하다. ‘잘한다’는 기본 전제 조건이 있다. 하지만 ‘값이 싸다’는 또 다른 전제 조건도 있다. 몸값이 곧 자존심이고, 그 배우의 가치가 되는 지금의 연예계에서 김무열이 듣고 있자면 ‘불쾌하다’고 해도 고개가 끄덕여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예상대로 당연히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기본 전제 조건의 전자든 후자든 ‘기분 좋은 칭찬’이라고 웃는다. 사실 따지고 보면 김무열에게 ‘가성비’를 논하기 보단 ‘가심비’를 들이대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그의 존재와 연기에 부정의 관념을 들이댈 용기를 낼 자신이 없었다. 언제나 그는 충분히 장르 안에서 스토리 안에서 그리고 인물 안에서 본인을 지워버렸다. 그는 그냥 스토리 속 인물로만 스스로를 끌고 들어가는 법을 터득하고 발산하는 배우였다. 그래서 ‘침입자’의 서진을 보면 김무열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이 영화에서 도대체 어디에 있던 것일까.
배우 김무열.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당초 3월 개봉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두 차례 개봉이 연기가 됐었다. 촬영이 끝난 지 꽤 오래 된 영화다. 기억을 더듬어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우선 영화계 상황이나 극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그래서 ‘침입자’에 대한 기대감은 영화계 모든 관계자들의 갖고 있다. 이 영화가 ‘코로나19’ 여파 이후 처음 극장에서 개봉을 하는 신작 영화이기 때문이다
“매번 말씀을 드리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극장에 오셔서 즐겁게 잘 봐주세요’라고 말씀 드리는 것 자체가 참 조심스럽죠. 지금 최우선은 모두의 건강과 안전이잖아요. 개봉이 밀리고 또 개봉을 못하면 어쩌나 싶은 걱정은 두 번째에요. ‘코로나19’가 잠잠해졌으면 하는 기대감과 사태가 더 안 좋아지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계속 반복이 돼요. 저도 사회의 일원이기에 그 생각이 먼저 입니다.”
이런 걱정 속에서도 ‘침입자’에 대한 김무열의 기대감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장편 연출 데뷔를 하는 손원평 감독에 대한 호기심도 컸지만 그의 베스트셀러 소설 ‘아몬드’를 읽고 이 영화에 매료됐다고. 우선 배우라면 무조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서진’이란 인물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영화 전체의 90% 가량을 이끌고 가야하고 무엇보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선을 붕괴시키는 연기가 도전 정신을 일깨웠다.
배우 김무열.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우선 살을 좀 많이 뺐어요. 일부로 뺐다기 보단 신경 써야 할 지점이 너무 많다 보니 저절로 살이 빠지더라고요(웃음). 얘기도 정말 호기심을 일으켰죠.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잖아요. 이걸 어떻게 풀어낼까 싶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쓴 ‘아몬드’를 촬영 전 읽었어요. 이런 정도로 얘기를 풀어내실 수 있다면 온전히 믿고 가도 되겠다 싶었죠. 심리적으로 히스테릭한 지점도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그럼에도 어렵고 힘든 연기는 바로 ‘아버지’ 연기였다고. 데뷔 이후 여러 장르의 여러 색깔을 담은 작품에 출연해 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자식을 둔 아버지 연기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는 주변 지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디테일함을 잡아 내기 위해 관찰도 했다. 이런 점은 자신의 딸로 출연한 아역 배우 박민하와의 호흡으로 연결됐다.
“부담이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부담이라기 보단 내 연기의 다른 챕터가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배우에겐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게 숙제잖아요. ‘올 것이 왔구나’란 생각으로 즐겁게 임했죠. 그런 즐거움은 민하의 귀여움까지 더해지면서 저절로 내 속의 아빠가 나오더라고요. 참고로 민하가 너무 잘했어요. 영화에서 민하가 파프리카를 못 먹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도 못 먹는데요(웃음). 그런데 ‘잠시만요’ 하더니 그걸 눈을 질끈 감고 먹는데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웃음).”
배우 김무열.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상대역 송지효에 대한 극찬도 빼놓지 않았다. 한 살 연상인 송지효 ‘누나’의 연기는 배우 김무열에겐 아주 좋은 자극제였다. 자신이 연기한 ‘서진’이 ‘침입자’ 전체를 끌고 가는 이야기꾼 역할이라면 송지효가 맡은 ‘유진’은 비밀을 쥐고 있는 키포인트였다. 송지효의 존재감 덕분에 자신도 살아날 수 있었다고 모든 공을 상대역인 송지효에게 돌렸다.
“정말 지효 누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기억으론 누나와의 첫 촬영이 영화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이에요. 그 장면에서 도대체 누나가 어떤 연기를 할까 궁금했죠. 카페에서 뒤를 돌아보며 저를 바라보는 장면인데, 그 장면에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이거 됐다’ 싶었죠. 저와는 대립을 해야 하는 역할인데 누나가 워낙 털털해서. 근데 그 장면 이후 완벽하게 제가 갈 길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사실 이 영화의 진짜는 ‘가족’에 대한 얘기다. 세상에서 가장 믿어야 하는 사람이 가족이다. 가족은 그 자체로 가족일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가족은 가장 믿지 못하고 가장 못 믿을 구성원이다. 이런 점이 배우들에겐 아이러니이며 기괴한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런 지점을 잡고 김무열은 전체 스토리를 이끌고 풀어가며 소개하는 ‘서진’을 연기했다.
배우 김무열.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가족, 정말 평범한 단어에요. 그런데 그 안에 혹시 뭔가 잘못된 게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론 곯아터진 문제 덩어리 가족들. 사실 없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영화에서도 정말 사소한 것들 하나가 바뀌고 또 외면하고 살잖아요. 그 사소함 때문에 상황이 만들어지고. 그게 유진이 됐든 서진이 됐든. 두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 비춰질지. 그 변화를 느끼면서 보면 새로움이 분명히 다가올 것이라고 봐요.”
이런 모든 점을 만들어 내고 구성하고 이끌어 간 손원평 감독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는 ‘침입자’에 대한 소개에 마침표를 찍었다. 독특하다면 독특하고, 재치있다면 재치있으며, 흥미롭다면 흥미로울 ‘침입자’에 대한 구성은 관객을 끌고 가는 동력이 우선 탁월하다. 중간중간 손 감독만의 독특한 색깔이 넘친다. 반전에 대한 호불호가 나뉠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조차 감독의 색깔로 해석하면 이 영화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배우 김무열.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우선 반전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하시잖아요. 허무맹랑하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뉴스만 봐도 저희 반전보다 더 허무맹랑한 상황들이 실제로 벌어지잖아요. ‘코로나19’도 이렇게 전 세계를 위협할 거라 누가 생각을 했겠어요. 그렇게 보면 이게 현실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런 점에서 손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 정말 궁금해요. 본인 작품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누구보다 굳건하세요.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무조건 응원하고 꼭 작품으로 다시 만나 뵙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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