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의심을 한다. 도대체 누굴까. 범인은 존재한다. 그럼 범인은 어떤 이유로 그런 끔찍한 짓을 벌였을까. 의심은 의문으로 변질되고, 의문은 이제 확신이 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진실이 드러난다. 영화 ‘결백’은 과거 시골에서 발생한 ‘막걸리 독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시골’이란 공간이 드러내는 이질감은 폐쇄성에서 드러난다. 구성원이 얽히고설킨 관계로 맺어진 탓에 그들은 모두가 하나다. 하나가 된 그들은 진실을 감추고 거짓을 끌어 올린다.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은 진실은 떠오를 기회를 잡지 못한다. 누군가 그 진실을 짓누르고 있다. 모든 상황이 톱니가 맞물리듯 들어 맞아 돌아간다. 완벽하게 목적을 갖고 목표를 향해 치닫는 상황은 균열이 필요하다. 균열은 가라 앉은 진실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그 진실을 짓누르는 무언가를 밝혀내야 한다. 이게 바로 영화 ‘결백’의 모든 것이다.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세 명의 인물은 핵심 축이다. 주인공 정인(신혜선) 그리고 정인의 엄마인 치매 환자 화자(배종옥). 여기에 이 시골 마을 출신 시장 추인회(허준호). 세 사람 사이에 벌어졌던 비밀은 반드시 추악함을 담고 있어야 한다. ‘무죄입증 추적극’이란 타이틀은 이들 세 사람의 관계성을 오롯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정인, 그리고 치매 환자 화자, 여기에 권력을 손에 쥔 추인회. 완벽한 장르적 궁합이다. 공격과 수비 그리고 가운데 공이 존재한다. 여기서 공은 이 얘기 전체 화자(話者)를 담당하는 정인의 엄마 화자다.
사건은 화자 남편 장례식장에서 벌어진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추 시장이 장례식에 들어선다. 그들은 서로 막걸리를 나눠 마신다. 한쪽에서 치매에 걸린 화자와 시누이가 몸싸움을 벌인다. 난장판이 된다. 그때다. 추 시장과 일행들이 토악질을 하며 쓰러진다. 그들 중 일부는 죽었다. 다행히 추 시장은 목숨을 건졌다. 범인은 화자다. 모든 정황이 화자를 가리키다. 이 장면은 서울 대형 로펌에서 에이스 변호사로 일하던 정인의 눈에 들어온다. TV화면에 등장한 엄마 화자. 정인은 곧바로 준비하던 사건 변론을 뒤로 하고 고향으로 향한다.
영화 '결백' 스틸. 사진/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 (주)키다리이엔티
어린 시절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던 정인은 도망치듯 고향을 빠져 나와 유명 변호사가 됐다. 성공한 뒤 찾은 고향에서 그를 기다린 건 자신도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에 걸린 엄마 그리고 자폐성 장애인 동생 정수(홍경)뿐.
엄마 변호를 담당하던 변호사는 사건을 급하게 마무리하려고만 든다. 그를 대신해 엄마 사건을 담당하게 된 정인은 이상한 점만을 발견하게 된다. 사건 피해자이기도 한 추 시장을 포함해 마을 사람 모두가 정인의 등장을 고깝게 생각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거친 감정 뒤에 무언가 숨은 진실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조직적인 은폐가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영화 '결백' 스틸. 사진/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 (주)키다리이엔티
우선 범인을 찾아야 한다. 정인은 자신의 엄마를 범인으로 몰아 세운 마을의 분위기를 짚어낸다.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엄마는 절대 범인이 아니다. 그럼 다른 범인, 또는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지시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을 찾고 이유를 밝혀야 한다. 영화는 의외로 초반부터 모든 것을 뒤에서 조종한 그 사람을 밝히고 시작한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설정이다. 그럼 다른 카드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가 ‘왜?’이다. 그 ‘왜?’에 다가설수록 여러 사건이 벌어지면서 정인을 옥죈다. 그럴수록 의심은 더욱 명확해진다. 정인의 의심과 관객의 의심은 이제 단 한 사람을 가리킨다. 그리고 확신 할 수 있는 증거만 잡으면 된다. 정인이 처음부터 고향으로 내려오고 풀어야 할 숙제가 바로 ‘누구인지’ 그리고 ‘이유가 무엇인지’였다. 첫 번째 ‘누구’는 초반부터 관객에게 공개됐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뒤로 흘러갈수록 이어진다. 사실 ‘결백’의 히든 포인트는 ‘누구’인지가 아니다.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유다. ‘무죄입증 추적극’이란 타이틀은 그래서 붙는다. 엄마 화자의 무죄는 분명하다. 그럼 그것을 입증해야 한다.
영화 '결백' 스틸. 사진/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 (주)키다리이엔티
무죄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결백’은 갈등 구조를 드러낸다. 영화 시작과 함께 벌어진 ‘농약 막걸리 사건’ 발단, 그리고 그 사건 발단 이전부터 심연 아래에서 스멀스멀 올라온 갈등. 이런 분위기는 농촌 사회의 폐쇄성과 맞물리면서 다소 섬뜩한 분위기로 흐르기도 한다. 폐쇄성이 짙은 시골 마을의 구조적 모순은 사건의 진실보단 사건 자체의 양비론만을 주목한다. 피해를 본 사람이 존재하고 그 피해를 책임져야 할 가해자가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초반 그리고 중반 이후까지 정인을 제외한 모든 요소가 정인과 화자 두 모녀를 코너로 몰아 붙이고 공격하고 때리고 괴롭히며 포기를 강요한다. 사건이 벌어졌고, 책임을 져야 할 누군가가 필요할 뿐이다. 완벽한 구조와 상황의 협치를 깨트리는 균열, 즉 정인의 등장이 그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심연 아래 가라 앉은 진실은 정인에게도 화자에게도 마을 사람에게도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잊혀지게 된다.
영화 '결백' 스틸. 사진/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 (주)키다리이엔티
결국 후반 이후 드러나는 ‘진실’의 파열음은 의외로 강력하다. 인물들과 보는 관객들조차 외면하게 된 진실이 등장하는 지점은 추악함이 극대화된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현실을 부정하는 화자의 상황, 그리고 정인이 느끼고 경험한 농촌 사회의 공포스런 패악의 현실은 잊고 지낸 부정하고 싶던 두 모녀의 과거와 맞닿아 ‘결백’의 서사 구조에 방점을 찍는다.
‘결백’은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폐쇄적 커뮤니티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해타산의 개념이 만들어 낸 추악과 패악의 진실이 핵심이지만 기본적으로 정통성에 기반을 둔다. 권선징악이 기본 골격이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에 의문을 제시하는 과정과 방법을 따르진 않는다. ‘누구’란 의심보다 ‘왜?’란 의문에 시선을 두고 쫓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끌고 가는 탄력이 강하진 않다. 하지만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한 가운데 놓인 한 사람의 충격을 느끼고 그 감정에 편승한다면 ‘결백’이 그리는 상황과 법칙은 의외로 강력한 탄성을 느끼게 한다. 최소한 ‘결백’이 만들어 낸 상황과 모순의 역설은 거짓보다 추악하고 권력의 속성보다 패악적이다. 개봉은 오는 10일
영화 '결백' 스틸. 사진/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 (주)키다리이엔티
P.S 영화에서 타이틀은 두 번 등장한다. 영화 시작과 영화 마지막. 스크린을 가득 채운 ‘결백’이란 타이틀을 유심히 살펴보면 감독이 의도한 지점을 느낄 수 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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