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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슈팅걸스’ 실화에 너무 기댄 것이 패착
실화에 너무 기댄 연출...통쾌 해야 할 마지막 엔딩 아쉬움
2020-04-29 00:00:00 2020-04-29 00: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2009년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여중부에서 전설이 탄생했다. 단 13명의 선수로 8일 동안 리그전 3회, 토너먼트 3회의 경기를 치르며 우승 후보였던 인천 가정여중을 누르고 창단 10년 만에 삼례여중이 우승을 차지했다. 
 
‘슈팅걸스’는 창단 이래 20년 동안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삼례여중 축구부가 여자 축구의 전설로 발돋움하게 된 첫 번째 순간을 담아냈다. 오합지졸에 불과했던 삼례여중의 축구부와 그들의 영원한 스승 고 김수철 감독이 우승을 하기까지 과정을 통해 선수들의 꿈과 열정, 혹독한 성장통을 녹여냈다. 
 
김수철(정웅인 분) 감독은 왕년에 잘 나가던 축구 감독이었지만 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인생의 목표 없이 방황을 하는 인물이다. 아이들의 축구 훈련보다는 산에서 곤충을 잡아 파는데 열중한 탓에 축구부 성적은 나날이 바닥을 쳤다. 방황하는 그를 붙잡아 준 건 결국 축구부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가장 빛났던 순간이 담긴 사집첩을 보고는 마음을 다잡고 진정한 스승으로 다시 태어났다. 
 
김수철 감독을 연기한 정웅인은 다양한 작품으로 국내 유수 시상식을 휩쓸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온 만큼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사투리 연기와 더불어 13명의 여배우들과의 케미를 자아낸다. 
슈팅걸스. 사진/새바엔터테인먼트
 
영화는 김수철 감독과 더불어 축구부 3인방 윤아(이비안 분), 선희(정예진 분), 민정(정지혜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거침없는 스트라이커인 윤아는 겉은 강해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여린 인물이다.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인해 학교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는다. 선희는 변변찮은 가정 형편으로 인해 축구화조차 살 수 없지만 씩씩한 삼례여중 골키퍼다. 민정은 친구들과의 우정을 소중히 하는 분위기 메이커다. 
 
세 사람을 통해 영화는 불우한 가정환경에 좌절하고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한 채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소녀들이 축구를 통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윤아, 선희, 민정을 연기한 신예이기에 중간 중간 어색한 연기가 아쉬움을 자아낸다. 또한 세 사람이 다투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이 오래된 청춘드라마와 같아 극의 몰입감을 깨트린다. 
 
슈팅걸스. 사진/새바엔터테인먼트
현실에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드라마, 혹은 영화에 좋은 소재 거리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되려 독이 되기도 한다. 감동적인 실화를 다룬다고 영화마저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건 아니다. 
 
영화 ‘슈팅걸스’는 여자 축구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삼례여중의 전설에 감동을 받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자 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관객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더구나 김수철 감독의 지도자적인 역량과 축구부 3인방의 이야기가 세련되게 풀어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우승으로 이끈 감독에게 감동을 받아야 할지 3인방의 성장 스토리에 감동을 받아야 할지 조차 애매하다. 이러한 혼란 가운데 통쾌하고 감동을 선사해야 할 결승 경기마저 연출적인 아쉬움을 남겨 감동을 반감시킨다. 아무리 실화가 감동을 주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영화적 각색이 필요하다. ‘슈팅걸스’는 각색보다는 실화에만 너무 의존했다. 영화는 5월 6일 개봉.
 
슈팅걸스. 사진/새바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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