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정보원이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 김영오씨 등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을 불법 사찰한 정황이 공식 확인됐다. 국군기무사령부의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 중이지만, 국정원이 개입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2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8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특조위는 전·현직 국정원 직원 5명과 이름을 알 수 없는 국정원 직원 20명에 대해 국정원법상 직권남용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김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 후유증으로 서울동부시립병원에 입원한 2014년 8월20일 김씨 담당 주치의(왼쪽)와 국가정보원 직원이 만나고 있다. 자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특조위 조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2014년 4월17일부터 약 8개월간 희생자 유족들의 동향을 집중 파악했다. 이 기간 동안 작성된 '국정원 일일동향 보고서'는 총 215건으로 이 가운데 48건이 유족에 대한 사찰 내용이다. 4월17일 하루에만 11건의 보고서가 작성됐다. 보고서는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기획·정무·민정·홍보 수석 등에게도 전달됐다. 국정원은 사건 당시 정보를 생존자들과 유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이나 단원고 등 현쟁에서 '협조자 또는 채널'을 가동해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특히, 자체 예산을 들여 제작한 동영상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유튜브와 '일베 사이트'에 게시판을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로 보고된 일일 동향보고서에는 "보수 언론·논객을 통해 국민적 참사를 ‘정권퇴진 투쟁’에 악용하는 비판세력의 정략성을 지속 폭로, 국민 동조를 방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국정원이 가장 집요하게 사찰한 피해자는 김영오씨다. 김씨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목숨을 건 단식을 감행한 인물이다. 당시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사참위는 "조사결과 국정원 직원이 최소 2명 이상 김씨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국정원 내부망에 보고했다"면서 "‘아빠의 자격’등 개인신상 내용들이 SNS와 언론에 다뤄지기 시작함. 인터넷 댓글과 일베 사이트 등에 ‘막말’, ‘인권침해’ 내용이 쏟아졌고, 보수단체들의 ‘폭식투쟁’과 반대 집회가 이어졌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사참위는 이 근거로 단식 이후 입원했던 서울동부시립병원의 담당 주치의와 김씨를 감시한 국정원 직원이 만나고 있는 CCTV 영상을 확보해 언론에 공개했다.
국정원의 세월호 참사 유족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앞서 국정원 자체 혁신 기구인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TF'도 조사했다. 그러나 TF는 "불법사찰, 정치개입, 여론조작 등의 사건 15 과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세월호 유족 관련 인물 사찰 사례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다만 “TF의 제한된 조사 권한 등으로 세월호 관련 모든 의혹을 조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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