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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코로나19 타고 2배 뛴 원격의료주, '디지털 뉴딜' 수혜?
투자단계로 관련 실적 적어…기대감 크지만 의료계 반대 넘어서야
2020-04-27 12:00:00 2020-04-27 12:16:58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로나19 수혜주로 원격의료 관련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주요국들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한데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망설까지 겹쳐 금융시장 분위기는 안개속인데도 이들의 주가는 이번주에도 급등세로 출발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원격의료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비트컴퓨터, 유비케어, 케이랩스. 인프니트헬스케어 등의 주가는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관련주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주가를 회복한 것은 물론 저점 대비 2배 이상 올라 52주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원격의료 관련주들이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것은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발표한 한국판 뉴딜 사업에 원격의료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는 통신망을 이용해 의료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사업, 즉 전화와 인터넷 등을 통해 진료와 처방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대되던 지난 2월말 ‘전화상담, 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 증상자들의 병원 방문으로 인한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이달 5일부터 감기 등 가벼운 증상의 환자들은 전화상담, 화상진료, 대리처방 등을 받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디지털 뉴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 사례를 들기도 했으며, 정부는 이미 바이오헬스 산업을 2030년까지 5대 수출주력산업으로 육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진료가 본격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면서 이와 연관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뛰기 시작한 것이다. 
 
 
원격진료 관련주 중에서 대장주 노릇을 하고 있는 종목은 비트컴퓨터다. 3월23일 3765원으로 저점을 찍었던 주가는 4월24일 9230원으로 어느새 145%나 급등했다. 23일 장중에 찍은 최고가 1만1350원은 2000년 IT버블 당시 기록이었던 2만원대 주가 이후 최고가였다. 
 
비트컴퓨터는 의료정보, 디지털헬스케어 및 IT교육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대학병원 등 3차의료기관부터 동네 의원에 이르기까지 이들에게 필요한 의료정보시스템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bitnixHIS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비트컴퓨터가 2017년 7월에 선보인 클라우드 서비스 ‘클레머(CLEMR)’다.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전자의무기록(EMR) 등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는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이다. 지난해 5월, 9월에 각각 국내 대형의료기관의 지방병원 2곳에 서비스를 오픈했으며, 올해는 6곳 이상의 중소병원에 구축할 예정이다.
 
문경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병원이)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클라우드 시스템 접속인원이나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시스템 유지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비트컴퓨터 입장에서도 연속성이 떨어지는 SI(시스템통합) 수주 형태의 비즈니스모델을 SaaS(Software as a Service)로 고도화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며 향후 일정 고객을 유치한 후엔 고부가가치 수익사업도 전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비트컴퓨터의 올해 실적을 매출액 403억원, 영업이익 53억원으로 예상했다. 외형성장에 비해 프로젝트 충당손실 등을 반영해 예상이익은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은 비트컴퓨터의 클레머 서비스에 대해 그동안 서비스 구축에 시간이 걸려 인력배치 등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실적이 저조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요시간이 단축돼 수주 등이 정상화됐다며 올해 매출액을 410억원, 영업이익을 70억원으로 전망했다. 
 
<출처: 하이투자증권>
 
유비케어는 국내 요양기관 EMR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전국 2만3900곳의 병의원, 약국과 26개에 이르는 전국 법인대리점을 포함한 국내 최대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 이를 바탕으로 의료정보 플랫폼 사업, 개인 건강정보 관리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유비케어에서 기대되는 부분은 카카오와의 협업이다. 유비케어는 간편 병의원 예약접수 모바일 서비스 ‘똑닥’을 만든 비브로스 지분을 2016년 11월에 취득했다. 똑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카카오톡과 연동해 진료접수 예약, 모바일대기현황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5월에 유비케어의 주식지분 19.97%를 취득했다. 지난해 소량 줄이긴 했지만 현재 18.13%를 보유,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유비케어 매출의 절반, 이익의 상당부분은 아직 EMR에서 나오고 있지만 카카오의 힘을 감안하면 원격의료 시대가 도래할 경우 기대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케어랩스는 병의원 대상 디지털마케팅 사업자로 국내 1위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이기도 하다. 주력은 헬스케어 모바일 플랫폼 ‘굿닥’이다. 병원, 약국 위치 등을 검색하는 앱인데 원격의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후 전화 원격진료 서비스, 원격의료 서비스 기관 모아보기, 처방전 요청, 진료비 수납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인성정보는 의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한 시스템을 제공한다. 환자가 혈압, 혈당, 체지방 등을 측정하고 의료진과 화상 상담을 하는 솔루션 ‘하이케어허브’와, 원격 건강관리와 모니터링을 위한 앱 ‘하이케어M’가 주력이다. 
 
특히 인성정보는 미국 재향군인회가 진행한 10억달러짜리 ‘홈텔레헬스(Home Telehealth)’ 프로젝트에 납품한 이력이 있다. 퇴역군인이 집에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돕는 이 사업으로 인성정보는 여기에 참여한 미국기업 AMC헬스에 하이케어허브를 공급했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의료용 소프트웨어 판매와 유지보수 서비스를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가 주목받는 제품은 의료기기에서 획득한 영상을 의료 표준에 따라 디지털화해서 저장, 전송, 관리하는 시스템 ‘PACS’이다. 
 
PACS는 의료기관이 의료정보시스템과 디지털 의료장비를 갖춘 상태에서 도입하기 때문에 선진국의 도입률이 높아 시장도 선진국에 집중돼 있다. 당연히 글로벌 업체와 경쟁해야 해 진입이 어렵다. 이에 비해 국내 시장 규모는 1000억원대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작다.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IBK투자증권>
 
이처럼 국내 원격의료 시장과 관련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매출과 이익은 EMR 등 기존 사업에서 나오고 있으며 원격의료 관련 사업에는 계속 투자를 하는 단계로 원격의료와 직접 관련된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원격의료는 여러 가지 규제로 막혀 있는 분야라서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관련 시장이 확대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는 스마트워치로 심전도를 측정해 이를 의사에게 전달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로 틈이 생겨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겠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현실에 비해 주가는 기대감이 과하게 반영돼 있는 셈이다. 최근 관련종목 중 유일하게 복수 증권사에서 리포트가 나온 비트컴퓨터의 경우에도 목표가는 제시되지 않았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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