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라이브에이드…"코로나19 세계 위기, 함께 싸워나가자"
폴 매카트니부터 빌리 아일리시까지 "하나의 세계" 외쳐
한국 코로나 대응, 모범 사례로 꼽기도 "메르스 교훈으로 고비 넘겨"
2020-04-20 18:22:44 2020-04-20 18:22:4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우리가 어딜 가든 굽어 살피길 기도합니다/ 우리가 무지할 때 지혜를 주시옵소서.'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한 노래 'The Prayer'가 세계 전역에 울려 퍼졌다. 초대형 온라인 자선 콘서트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의 마지막 순서에서다.
 
중국 출신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의 피아노로 시작한 멜로디 물결은 같은 시간 지구 곳곳의 '집'으로 퍼져갔다. 헤드폰을 낀 셀린 디옹과 레이디 가가를 지나면 계단 밑에 웅크린 존 레전드가 있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안드레아 보첼리도 합세했다.
 
물리적으로 떨어진 각 공간에서 빚어진 합창. 랑랑은 피아노를 지휘봉 삼아 네 뮤지션의 목소리를 조화롭게 이끌었다. 
 
마지막 고요한 이탈리아어는 작지만 위대한 황홀경, 음악이기에 가능한 순간을 기어코 만들어냈다. 
 
"센토 체 치 살베라(그 믿음이 우리를 구원할 것입니다)"
 
안드레아 보첼리, 랑랑, 셀린 디옹. 사진/글로벌시티즌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캡처
 
이날 이 콘서트는 코로나19에 맞서는 세계 의료 종사자들을 격려하는 한편 실제 극복 기금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과 함께 주최했다. 
 
한국시간으로 19일 새벽 3시부터 8시간 가량 진행된 공연에는 세계적인 뮤지션 70여명이 참여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러 온라인 공연이 각개전투식으로 열리긴 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온라인 버전 라이브 에이드', '21세기 라이브 에이드'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날 '전설들'의 일상적 모습은 세계 팬들의 심박수를 높였다. 행사에 참석한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는 의료진들을 "전 세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진짜 히어로"라고 일컬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위기에 빠진 상황이지만 우린 모두 힘을 합쳐 헤쳐가야한다"며 "세계 지도자들에게도 건강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자"고 했다. 또 간호사였던 자신의 모친을 언급하며 곡 '레이디 마돈나'를 직접 실연했다.
 
폴 매카트니. 사진/글로벌 시티즌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캡처
 
세계적인 뮤지션들은 지금 시국을 비추는 곡들을 저마다 꺼내 들었다. 스티비 원더는 '린 온 미'를 연주하며 최근 타계한 빌 위더스를 추모했다. 엘튼 존은 하루 24시간 일주 내내 일하는 의료 종사자들에게 바친다며 'I'm Still Standing'를 연주했다. 
 
행사 주최자인 레이디 가가는 "우리를 위해 생명의 위험을 감수한 모든 의료 종사자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희망적인 가사가 담긴 냇 킹 콜의 'Smile'을 불렀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작곡 'Soon You’ll Get Better' 첫 무대를 공개했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한 이 곡을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들려줬다.
 
영국 전설적인 록 밴드 롤링스톤스는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를, 미국 펑크 밴드 그린데이 프런트맨 빌리 조 암스트롱이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를 들려줬다.
 
슈퍼엠. 사진/글로벌 시티즌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캡처
 
한국 팀 중에서는 유일하게 SM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슈퍼엠이 출연했다. 그룹은 지난해 11월 북아메리카 공연에서 선보인 'With You’를 불렀다. 각자의 공간에서 요리, 운동, 그림그리기 등을 하며 부른 영상을 실시간으로 합쳤다. 멤버들은 “우리 노래가 전 세계에 공유돼 에너지를 드렸으면 좋겠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카밀라 카베요, 셀린 디옹, 빌리 아일리시, 찰리 푸스, 션 멘데스, 베키 지, 제니퍼 로페즈, 리조 등도 출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 오프라 윈프리, 데이비드-빅토리아 베컴 부부, 엘런 디제너러스, 잭 블랙, 사무엘 L. 잭슨 등 유명인사들도 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진들은 '하나의 세계'를 외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롤링스톤스. 사진/글로벌 시티즌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캡처
 
방송은 국립중앙의료원 직원들과의 인터뷰도 내보내며 한국의 대응을 모범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의료진 얼굴에 붙은 상처 밴드를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 쓴 자기희생의 '배지'(badge)"라고 했다.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때 얻은 교훈으로 고비를 넘기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평가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투게더 앳 홈' 측에 따르면 전날 공연으로 1억3000만달러에 육박하는 기부금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티즌은 이중 5510만달러(약 671억원)를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연대 대응 기금에 지원할 예정이다. 환자와 의료진에게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백신 개발을 위한 용도다. 나머지 금액 7280만달러(약 887억원)으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전 세계 지역의 푸드뱅크, 쉼터, 지역사회단체, 금융기관에 보낸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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