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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배달료…배달시장 커지는데 구조는 '깜깜'
배달 대행 플랫폼·지역 배달 대행사·음식점·라이더…광범위 이해관계 얽히며 소비자 부담 커져
2020-04-20 06:00:00 2020-04-20 06:00: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등장으로 폭발적으로 팽창한 배달 시장에서 소비자는 '배달료'라는 새로운 비용을 만나게 됐다. 과거엔 배달료가 음식값에 포함됐지만, 배달 중개 플랫폼과 배달 대행 플랫폼의 발달로 배달의 외주화가 진행되면서 이제 배달료를 소비자에게 별도로 수취하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 배달료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책정되는 걸까. 
 
많은 사람이 배달 앱에서 배달료가 정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좀 더 복잡하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료는 배달 대행 플랫폼과 지역 배달 대행사, 그리고 음식점에 의해 정해지는 '배달대행료'와 관계가 있다. 
 
배달료는 배달대행료와 관계가 있다
 
배달 앱 등장 전과 후 배달 산업 구조. 자료/뉴스토마토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앱 형태의 배달플랫폼이 등장하기 전까지 배달 산업의 구조는 단순했다. 소비자가 음식점에 직접 전화로 주문했고, 식당은 배달 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형태였다. 배달료는 음식점 운영 비용 중 인건비 항목으로 들어갔다. 이 시기까지는 소비자가 배달료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배달 시장은 '배달중개료'와 '배달대행료'라는 두 가지 새로운 비용을 마주하게 된다. 
 
'배달중개료'는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해주는 비용이다. 음식점주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쿠팡이츠 등 배달 중개 플랫폼에 지불한다. 음식점의 광고리플렛이나 배달 안내 책자를 한곳에 모아 앱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에게 노출될 확률이 늘었다. 배달플랫폼은 음식점을 소비자에게 소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면서 '배달중개료'를 받게 됐다. 배달중개료는 주문 건당 수수료 형태나, 광고비 형태로 발생한다.
 
'배달대행료'는 배달 외주비용이다. 배달 시장의 팽창으로 배달 수요가 늘자 기존 방식대로는 적절한 수준의 배달 기사를 공급할 수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이용자는 2013년 87만명에서 2019년에는 2500만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음식점이 배달 기사를 직접 고용하던 형태에서 배달대행업에 외주를 주는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배달 라이더' △부릉·생각대로·바로고 등 라이더와 식당을 연결하는 '배달대행앱'(배달 대행 플랫폼) △라이더 인력을 제공하는 '배달대행업소'(지역 배달 대행사)가 배달대행업의 구성원이다.
 
배달료 = 배달대행료 + 배달 대행 플랫폼 이용금액 + 지역 배달 대행사 이용금액
 
소비자가 배달 앱에서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배달료'는 음식점이 정한다. 이 배달료에는 배달 라이더 인건비인 '배달대행료'와 '배달 대행 플랫폼 이용금액', '지역 배달 대행사 이용금액'이 포함돼 있다. 음식점과 배달 대행 플랫폼, 지역 배달 대행사, 배달 라이더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7년 외식업경영실태에 따르면 치킨 가게들은 월평균 29만원을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배달 앱의 배달중개료로, 45만원을 배달대행업에 지불하는 배달대행료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대행 플랫폼은 계약 형태에 따라서 일정 부분 프로그램(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등 배달 대행 플랫폼이 음식점과 지역 배달 대행사의 라이더를 연결하기 위해 운영하는 시스템을 지칭) 사용 명목 비용을 받는다. 일부 B2B 계약에서는 프로그램 사(배달 대행 플랫폼)와 프랜차이즈가 직접 배달비를 정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기본적인 배달료는 지역 배달 대행사와 음식점이 협의를 통해 정한다. 
 
지역 배달 대행사와 음식점이 정하는 배달대행료는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 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대행료는 식당가와 주거지역의 거리, 주변 배달대행료 시세, 지역 배달 대행사와 음식점의 친분 관계 등으로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배달대행료는 음식점주가 부담하거나 프로모션이 있을 경우 배달 앱에서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늘어나는 배달대행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져 손님에게 반을 부과하거나 간혹 전가하는 점주도 생기고 있다. 이 밖에도 늘어난 고정비용을 메우기 위해 배달료를 올리기도 한다. 한 음식점주는 "음식 가격 자체를 올리는 것보다 배달료를 올리는 것이 소비자 저항이 더 적다"고 말했다. 
 
배달대행료 부분에서 가장 불투명한 부분은 지역 배달 대행사가 가져가는 비용이다. 지역 배달 대행사는 설립 조건도 없고, 지역 배달 대행사 이용금액도 투명하게 공개된 곳이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등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은 지역 배달 대행사 경쟁이 심해 배달대행료가 3000~3500원으로 고정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은 오히려 경쟁이 너무 심해 배달료가 지나치게 낮게 측정된 곳도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방은 문제가 다르다. 지역 배달 대행사가 많지 않아 이들이 배달대행료를 마음대로 정하기도 한다.  일부 배달 대행 플랫폼 기업이 이를 투명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배달대행료가 표준화되지 않은 곳이 더 많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배달 대행사들이 담합을 해 음식점주를 대상으로 배달대행료를 올리는 경우도 봤다"고 귀띔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경쟁업체가 없는 작은 도시에서는 지역 배달 대행업체 횡포가 심하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산업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만났다. 박 위원장은 "결국 배달 산업의 문제는 배달 플랫폼들의 횡포, 지역 배달 대행사의 봉건적인 착취, 배달비가 무료라는 소비자의 인식 등 광범위한 문제가 얽혀있다"며 "저희가 안전 배달료라고 부르는 최소 배달료가 정해져야 하며, 지역 배달 대행업체 등록제가 필수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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