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과거 부동산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300억원대의 은행예금 잔고 증명서를 작성한 사건 등 최씨의 재산형성 관련 의혹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윤 총장 일가에 관한 의혹을 감찰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간 윤 총장은 장모의 문제는 자신과 별개의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부인 김건희씨가 관여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법무부가 윤 총장을 감찰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자는 "9일 MBC에서 보도한 윤 총장과 그와 관련된 주변인들의 의혹은 매우 중대한 비위"라며 "모든 의혹이 해소되도록 법무부의 감찰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정하고 청렴해야 할 직위에 있는 자가 비위 의혹에 있다는 건 검찰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국민에게 정의 실현은 허울이라는 자괴감을 심어 준다"라고 했다.
앞서 지난 9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방송에서 윤 총장의 장모 최씨에 관해 △2013년 사문서위조 사건 △2015년 요양병원 의료법 위반 사건 △2011년 사업가 정모씨와 분쟁 등을 소개했다. 핵심은 최씨가 부동산업자 안모씨와 동업 투자를 하면서 위조된 증명서를 활용했다는 보도다. 방송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안씨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땅 55만m²가 공매로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 최씨와 절반씩의 지분으로 40억원에 계약했다. 최씨는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금조달 능력을 입증하고자 300억원대의 예금 잔고 증명서를 만들었다. 그런데 추후 최씨가 안씨와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 증명서가 가짜라는 것이 드러났다.
해당 의혹들은 MBC가 처음 보도한 건 아니다. 이른바 '윤석열 장모 의혹'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하던 2018년 당시 국회 국정감사와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이 거푸 제기한 바 있다. 야당은 최씨가 은행예금 잔고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한 일에 대해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씨의 석연치 않은 재산형성 과정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윤 총장과 지위와 관련됐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야당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발, 2018년 국감에서는 장모의 사건을 언급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과 설전에 가까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2018년 10월19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조계에선 최씨에 관한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은 일을 윤 총장의 지위나 업무수행과 관련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최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윤 총장이 누구인지 대해 말하고 다녔다는 정황들은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최씨에 관한 수사를 '무마하라'고 지시했거나, 검찰이 수사를 '무마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
최씨가 위조했다는 은행예금 잔고 증명서는 논란거리다. 우선 최씨가 은행예금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건 사실이고, 개인이 어떻게 해당 문서를 거짓로 만들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아직 최씨가 위조한 은행예금 잔고 증명서로 인해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피해를 봤는지는 특정되지 않고 있다. 관련 문서로 인해 최씨가 고소·고발된 일도 없다. 아울러 최씨는 법정에서 "동업 투자자인 안씨의 요청으로 문서를 위조해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씨의 말이 맞다면, 최씨와 안씨는 은행예금 잔고 증명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서로 인지하고 허위 증명서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최씨가 안씨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위조 증명서가 제3자에게 전달·사용됐으므로 이 점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9월 법무부로 은행예금 잔고 증명서가 위조됐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제출, 사건이 의정부지검에 배당됐다.
특히 이번엔 윤 총장의 부인인 김건희씨도 모친의 허위 문서 작성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 윤 총장은 궁지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MBC에 따르면 안씨는 재판에서 은행예금 잔고 증명서 위조 등을 조언한 게 최씨의 딸 김건희씨의 지인이라고 진술했다. 안씨는 또 김희씨와 여러번 만났고 '우리 같이 잘해보자' '엄마는 돈 융통을 잘 못 한다. 융통하는 것을 내가 다 한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씨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김씨가 윤 총장과 결혼하기 전에 벌어졌지만, 모친의 사건에 관련됐다는 의혹은 윤 총장과 결혼한 후 발생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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