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국내 감염원으로 꼽힌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를 강조하는 가운데 정부합동조사단이 5일 신천지 과천 본부를 행정조사했다. 그간 압수수색 등 신천지 수사에 신중한 자세였던 검찰의 기류가 변할 것인지 주목된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특별관리전담반과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 대검찰청 포렌식분석팀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조사단은 경기도 과천시 소재 신천지 본부에서 행정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의 주요 내용은 △신천지 신도와 교육생의 인적사항 명단 △예배일 출석 기록 △신천지가 보유한 모든 시설의 주소 정보 등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행정조사는 전날인 4일 중대본과 검찰의 협의로 결정됐다. 이에 그간 신천지 수사에 다소 신중했던 검찰의 기류가 '압박'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의도적·조직적 역학조사 거부에는 압수수색 등 즉각적 강제수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음에도 지난 1일과 3일 대구경찰청이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거푸 반려했다. 압수수색 필요성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지만 검찰이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신천지에 수사에 신중한 것은 세월호 참사 당시의 수사 실패를 의식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수사당국은 구원파와 유병언 전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체포해 비리의혹을 규명하는 일에만 주력,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재경 인천지검장까지 부실 수사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러다 보니 윤석열 검찰총장 등이 신천지 수사는 코로나19 방역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 접견 요청과 신천지 강제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추 장관과 정치권, 국민 여론까지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검찰도 결국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카드를 꺼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마침 검찰이 중대본과 협의했다는 4일엔 추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대정부질문에 잇따라 출석,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압수수색만 아니라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강제조치를 직접 요청했다"며 "중대본도 지금은 검찰에 압수수색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신도 명단 확인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의 방침도 미묘하게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검찰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앙 방역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방역당국의 방역을 도와주는 수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서 중대본이 검찰에 신천지 신도 명단이 아닌 예배일 출입기록 자료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구하자 검찰은 '신천지가 보건당국의 자료요청을 거부하면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추가 방역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신천지 측에 요청했으나 신천지가 이를 거부할 경우 '역학조사에 대한 의도적·조직적 방해'로 해석, 압수수색 등을 할 수 있다는 방침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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