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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대법관 취임…"대법원 판결 개혁적 성향 변화 주목"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제청 절반 넘어…13명 중 7명 차지…전원합의체 등 판단 변화 예상
2020-03-04 14:03:37 2020-03-05 15:40:09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노태악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대법관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법원판결이 이전보다 개혁적 성향을 띨지 주목된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이날 노 대법관의 취임으로 김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은 13명의 과반인 7명이 됐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안철상·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을 제청했다.
 
김 대법원장을 포함해 노정희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김상환 대법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모두 진보 성향 판사의 학술 모임이다. 
 
판사·검사가 아닌 순수 변호사 출신의 김선수 대법관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을 역임했다. 수많은 노동사건을 변론하면서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고, 노동법을 사회적 약자의 기준에 맞춰 재해석하는 등 노동법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반대로 지난 3일 퇴임한 조희대 전 대법관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주로 보수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1월30일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상고심에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이유로 무죄 취지의 별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대법관은 노 대법관의 취임으로 6명으로 줄었고, 이중 박근혜정부 당시 임명된 대법관은 조 전 대법관의 퇴임으로 권순일·박상옥·이기택·김재형 대법관 등 4명만 남았다.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대법관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 신임 대법관의 취임으로 대법관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되는 전원합의체 판단도 변화가 예상된다. 전원합의체는 명령·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된다고 인정하거나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사건에 대해 대법관 출석 과반수 의견에 따라 심판한다.
 
중도 성향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노 대법관은 약 30년간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 업무를 담당하면서 탁월한 법이론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특히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기본권 증진에 힘써 왔다.
 
유독성 물질에 상시 노출돼 희소병 발생 가능성이 큰 소방관이 혈관육종이란 희소병으로 사망한 사건에 관해 공무수행과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공무상 상당인과관계의 인정을 전향적으로 판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탈북자 5명이 신상 노출로 북한에 남은 가족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는 "광범위한 정치보복이 행해지는 북한의 특수상황과 북한 이탈 주민의 불안정한 신분상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북한 이탈 주민의 신변 보호 요청은 언론·출판의 자유나 국민의 알 권리보다 우선해 존중돼야 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까지 신원이 공개돼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노 대법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사법부가 처한 현재 상황이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이상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역시 재판 절차를 통해 찾아야 한다"며 "재판의 독립이란 헌법적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고, 이를 침해하려는 내외부의 시도를 과감하게 배척하며,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에 근거한, 예측 가능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관 임명 과정을 거치면서 법원을 향한 국민의 시선이 여전히 차갑고, 재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됐다"며 "그만큼 법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또 법관의 역할과 책임은 얼마나 막중한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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