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유명무실했던 국책은행 희망퇴직 제도에 다시 불이 지펴질 전망이다. 임금피크제에 진입하는 대상자가 급증하면서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신규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특히 노사와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국책은행의 명예퇴직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해당 제도가 활성화할지 관심이 모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오는 28일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희망퇴직 관련 간담회를 연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김대업 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신현호 수은 노조위원장 등 3개 국책은행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그동안 국책은행 희망퇴직은 기재부 인건비 상한 규정에 발이 묶여 신청자가 거의 없었다. 현재 공공기관은 인건비 상한 규정에 따라 준정년 임직원에 대해 희망퇴직 제도를 시행할 경우 임금피크제 기간(5년) 급여의 45%만 희망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신한·국민·KEB하나·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정기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퇴직 직전 월급의 36개월치를 희망퇴직금으로 지급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책은행 희망퇴직은 2015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 2014년 감사원으로부터 퇴직금 지급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은 후 희망퇴직이 중단됐으며, 수출입은행은 2010년을 마지막으로, 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 말 188명을 내보내는 것을 끝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임금이 높은 관리자 비중이 전체 인력에서 상당수를 차지하면서 인사적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경우 사실상 현업에서 배제하기 때문에 남은 직원들이 업무 과중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인건비 총액으로 인해 사실상 신규 채용 확대도 어렵다는 게 국책은행의 입장이다.
실제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임금피크제 직원의 비중(2016년 정원 기준)은 산업은행이 18.2%,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12.3%, 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책은행 노사는 '항아리형 인력구조' 개선을 위해 퇴직금 수준을 현실화해 고임금 근로자의 명예퇴직을 유도하고 해당 임금으로 신규채용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희망퇴직 공론화를 통해 비효율적인 조직행태를 개선할 방침이다.
국책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경우 만 55세,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56세, 57세에 임금피크제에 들어간다"면서 "해당 직원들의 경우 고임금을 받으면서도 사실상 현업에서는 물러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규 채용 확대를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명예퇴직을 유도하는 등 조직 인적 구조 선순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국에서는 재원마련과 여타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등의 문제로 인건비 상한 규정이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 희망퇴직 문제는) 계속 논의됐던 사안"이라면서도 "여타 기관과의 형평성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책은행이 희망퇴직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왼쪽부터)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본사. 사진/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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