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꼴불견 아전인수와 '병맛'
입력 : 2019-10-01 06:00:00 수정 : 2019-10-01 06:00:00
"200만이다, 아니다 5만이다…뻥튀기 병이다. 택도 없다."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있었던 대규모 촛불집회에 몇 명이 모였는지를 둘러싸고 여야의 주장이 완전히 다른데 이어, 검찰 개혁을 외치는 촛불집회의 의미에 대해서도 여야는 저마다 아전인수식 주장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종걸 의원은, ‘성역없이 수사하랬더니 윤석열이 보복수사, 오기수사를 했다’고 말했고 박주민 최고위언은 ‘민주당은 민심이 가리키는 대로 주저함 없이 나설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찬 대표 역시 중앙지검 촛불집회가 검찰에 경종을 올렸다고도 평가했고, 안민석 의원은 검찰의 '막가파식' 공권력 행사로 인해 정교수 기소가 현실화 되면 그로 인해 윤 총장은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하는 불행한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전 대표는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겨냥해서, "니들이 하는 짓은 인민군이나 하던 인민재판"이라며 비아냥 거렸고, 정미경 전 의원은 "조국을 위해 촛불을 드느니, 차라리 성폭행범을 위해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경욱 의원은 "관제데모의 끝판 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10월3일 개천절, 광화문에서 100만 규모의 '조국 반대 집회'로 맞불을 놓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촛불집회 의미에 대해 여야가 각자 자기 당에 유리한 평가를 하며 네 편, 내 편 땅따먹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날 검찰청 앞에 모인 사람들이 몇 명인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최대 인파가 모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 야당은 검찰 개혁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을 애써 모른 체하고, '숫자가 맞네, 틀리네' 하면서 그 의미를 축소시켜 폄하하기에 바빠 보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누구는 가족과의 오붓한 저녁 시간을 희생하고, 누구는 멀리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하고 지하철을 옮겨 타 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여정을 하느라 하루 24시간을 소비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기꺼이 서초동으로 향하면서 그토록 바랐던 것은, 수 십 년 동안 실패했던 검찰 개혁을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여당 역시 국민들의 검찰 개혁 열망에 편승해 흔들리고 있는 지지도를 붙들어 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였던 촛불집회 이후 민주당은 한껏 고무되어 당내에 ‘검찰개혁특위’를 구성하고 윤 총장이 조국 장관 수사의 방향을 틀고 스스로 칼을 내려 놓기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작 개혁의 대상이 된 검찰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실제 촛불집회가 열린 당일, 검찰은 ‘할 말이 없다’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그 다음날인 29일 윤 총장은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충실히 받들겠다”면서도 “검찰개혁과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별개”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러한 윤 총장의 메시지는 검찰개혁의 실체가 무엇이든, 흔들림 없이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검찰의 '마이웨이'를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결국, 조 장관과 검찰을 둘러싸고 두 개로 쪼개진 대한민국이 하나로 합쳐지고 봉합될 날이 언제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내일(10월 2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 역시 ‘기승전 조국’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촛불을 들며 그렇게 외치는 검찰 개혁이 과연 가능할지 앞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요즘, 2030이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유머 코드 중 하나로 ‘병맛’이라는 개념이 있다. '맥락이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말로서, B급 정서를 극대화하고 조롱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아무 뜻도 없고, 피식피식 '썩소'가 나오게 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현재 정치판이 그렇다. 어떤 상황이나 어떤 이슈, 어떤 맥락에서도 ‘조국’이라는 키워드만 갖다 붙이면 '병맛 유머'가 생성된다. 시작을 어떻게 했든 상관이 없다. 어쩄든 결론은 ‘기승전 조국’이니까. 정치인들의 꼴불견 아전인수가 바로 ‘병맛’ 그 자체인 것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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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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