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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745시간 일하는 집배원…"증원 절실"
일반 임금노동자보다 약 700시간 더 일해…1일 3차 노사조정위
2019-07-01 06:00:00 2019-07-01 06:00:00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총파업을 예고한 우정사업본부 노동조합(노조)이 요구하는 것은 집배원 증원과 완전한 주5일 근로제의 도입이다. 
 
집배원은 일반 택배 기사들과 달리 일반 우편·등기·택배·국제배송품 등을 모두 취급한다. 특히 온라인 쇼핑을 하는 가구가 늘어나며 택배 물량이 크게 증가했다. 집배원 증원이 필요한 이유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에 따르면 한국의 집배원 1만6000명의 연간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745시간으로, 일반 임금노동자 평균(2052시간)보다 693시간 많다.  이러한 과로가 집배원 사망 사고의 원인이란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올해만 9명의 집배원이 숨졌다. 지난 7년간 사망자는 116명이다. 현재도 서울지역 집배원 중 3명이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우본)도 이같은 증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문제는 돈이다. 우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산하기관으로 공공기관이지만 국가 예산을 받지 않는 특별회계를 적용받는다. 일반 사기업처럼 직접 사업에 나서 번 돈으로 기관이 운영된다. 우본의 사업은 크게 금융(예금·보험)과 우편으로 나뉜다. 금융에서는 흑자를 내고 있지만 우편 사업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우편 사업에서 2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 금융사업에서는 5124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현행법상 이 돈을 우편사업에 투자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시했던 추가경정예산 858억원에도 우본에 대한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 서대문우체국 사옥 앞에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집배원들은 토요일에도 평일보다는 짧은 시간이지만 근무를 한다. 각 팀별로 토요일 근무자가 출근해 생물 등 급한 물건 위주로 배송 업무를 하고 있다. 우본 노조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로 일과시간에 근무를 마치기 위해 노동 강도는 세졌지만 연장 근로수당은 줄어 임금이 깎이는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집배원 1인 평균 배달 물량은 일반우편 870건, 등기 125건, 택배(소포) 54건 등 총 1049건이다. 
 
우본 노사는 지난해 10월22일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의 7대 권고사항을 이행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권고사항은 집배원 2000명 증원(2019년내 1000명을 위한 세부계획을 2018년 4분기 중 수립) 이 골자다. 하지만 이후 증원에 대해 진행된 것이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는 24일 조합원 투표에서 약 92%가 파업에 찬성해 135년 우체국 역사상 처음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7월9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투표 이후에도 사측과 대화를 지속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1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주재하는 제3차 노사분쟁조정위원회(최종)가 열린다. 여기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2일부터 준법 투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원칙 근무 시간인 9시 출근·6시 퇴근을 지킨다는 것이다. 6일에는 전국의 집배원들이 상경한 가운데 청와대 앞에서 투쟁을 벌이고 9일부터 총파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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