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호석기자] 환율이 1년 7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당분간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간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에너지나 원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항공여행업계나 정유, 철강업종은 긍정적이다. 외화 부채가 많은 일부 대기업도 환산이익이 예상된다.
반면, 수출주도형인 자동차, 조선, 전자, IT 등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 완성차업계, '환율리스크' 대책 부심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계는 올해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최대 요인이 환율하락이다. 지난해까지는 환율이 올라 영업이익에 큰 도움을 줬지만 올해는 이러한 순풍을 기대하긴 어렵다.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 제품의 달러값이 높아지기 때문에 당장에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를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예상되는 환율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파생상품 거래기간을 6개월 이내로 제한했다. 환율등락이 올해 내내 불안할 것을 감안한 조치다.
또 환율 변동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로화 등 현지통화 거래도 최대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제품의 품질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환율 영향이 거의 없도록 생산원가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 환율 상승 국면에서도 큰 폭의 환손실을 기록했던 지엠대우는 올해 환율 하락 국면에서 고전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올해 수출 비중이 9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로서는 지엠대우가 가장 힘든 처지에 놓여있다.
르노삼성은 원-엔화 환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파워트레인 등 주요 부품을 엔화로 결제하는 르노삼성은 엔고여파로 제조원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신차들의 내수 성적표가 우수해 환율 리스크를 상쇄할 여지도 있다.
◇ 전기전자업계 "피해 있지만, 치명적이진 않을 것"
전기전자 업종도 대표적 수출업종으로 수출대금을 달러로 받는 만큼 환율이 하락하면 이익에 직접적 타격이 있다.
하지만 업종 특성상 신제품의 가격변동 영향이 환율변동 영향보다 크기 때문에 제품으로 환율 타격을 보완할 수 있다.
또 전자 업종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이 타 업종에 비해 낫기 때문에 수출 주도형 기업들 가운데서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화학, 中 시장 대만에 내줄수도
국내 화학업계는 수출 중 50% 이상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2008년까지만 해도 40% 초반에 불과했던 중국 의존 비중이 지난해 금융위기로 원화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국내업체들은 대만업체의 중국 시장 점유율 일부를 끌어왔고 이에 따라 수출 비중 50%를 훌쩍 넘길 수 있었다.
지난해 화학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도 원화 약세와 중국 시장 호조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원화가 다시 강세를 나타내면 이 점유율 일부를 대만업체에 도로 내줘야 하기 때문에 중국 의존 비중이 높은 화학업계로서는 이번 환율 하락이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 통신-IT, 달러 결제분야 타격 우려
대표적 통신대기업인 KT는 외화부채가 현재 1조원 이상이라 환율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환산이익이 있을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환율이 1원이 떨어지면 5억~6억원의 환산이익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체로 내수가 우세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나 일부 해외설비 등 달러로 결제가 이뤄지는 분야에서는 타격이 있을 수 있다.
◇ 항공여행, 최대 수혜 예상
환율 하락으로 수혜를 입을 대표적 업종이다. 대한항공은 "재무측면에서는 환율 10원 변동시 약 50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유가가 1달러가 변화하면 연간 환산 160억원 정도의 환차익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항공업종은 대체적으로 환율이 하락시 현금흐름상의 수지가 개선되고, 외화평가이익이 발생,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다만 항공기 구매 및 리스비용이 모두 달러 베이스여서 이 부분에서는 피해가 예상된다.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우엔 항공기 보유대수가 작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는 환율하락이 해외관광 수요 증가로 이어져 역시 실적 향상이 예상된다.
◇ 정유, 이자부담 감소 효과
정유업계에도 환율하락이 '약'이 될 수 있다. 원유를 들여올 때 달러로 결제하는 업계 특성상 정유업계는 다른 어떤 업종보다 달러 부채가 많다. 이자 역시 달러로 지불한다.
환율이 떨어지면 이자비용 역시 원화 환산 기준으로 줄어들게 돼 영업외 이익이 크게 늘어나게 되므로 정유업계에는 분명한 호재다.
다만 완제품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환차익이나 영업외 이익이 더 크게 늘어나 손실액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철강업계도 '호재'
철강업계 역시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재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하락은 긍정적이다.
실제 포스코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연간 영업이익이 500억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원재료를 대부분 달러화로 수입하고 매출액의 내수 비중이 65% 이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철강가격도 상승 추세에 있어 국내 철강업계는 원재료를 저가에 수입하고 완제품을 고가에 수출하는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건설업계, 업체 따라 희비 갈릴 듯
건설업종은 업체에 따라서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저가경쟁을 무기로 해외수주에 나섰던 건설사들의 경우 수익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또 기존 계약에서 달러화 약세로 부담이 추가로 늘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맞지만 반드시 부정적이라고만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견해도 있다.
해외수주에서 경쟁하는 엔화, 유로화와 비교해 이들 화폐가치가 달러화 약세로 동반 상승하면 원화가 오른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게 되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원자재가격 수입에 있어서 부담을 덜게 되므로 일부 건설사들은 오히려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기자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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