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가 해를 넘기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형 유통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탈을 저지하기 위한 조속한 법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유통업계는 입점 소상공인 피해 우려를 제기하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내년도 법안이 무난하게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대형 쇼핑몰에 대항해 기존 상권을 육성하는 방안으로 내놓은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지난 20일 발표된 정부의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에는 대규모 점포에 대한 입지와 영업제한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권대수 중기부 소상공인정책관은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 가운데 홍익표 의원안은 중기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사전에 합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서로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상권영향평가서 작성 기준과 방법 보완 등 시행령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부터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정부가 개정안에 힘을 싣고 있는 반면 국회에서는 논의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소위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고, 향후 일정도 정해진 게 없다"며 "위원회에서 검토가 아직 필요해 논의가 미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역시 의무휴업 등 앞서 시행돼온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규제 대상에 포함될 복합쇼핑몰에 입점 소상공인 피해 우려도 더해지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0월 실시한 '국내 복합쇼핑몰 임차인 구성 전수조사'에 따르면 국내 복합쇼핑몰 내 1295개 매장 중 중소기업·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곳은 833개로 전체 입점업체 매장의 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업계는 기존 상권에 자리잡고 있던 상인들이 쇼핑몰에 입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설 경우 기존 상권이 무너지기 때문에 과도한 임대료를 감수하고 쇼핑몰에 입점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20일 발표된 자영업 대책의 핵심 중 하나인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구도심 상권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상권 특색에 맞게 쇼핑, 커뮤니티, 청년창업, 지역문화 등 경관을 조성하는 동시에 복합청년몰과 특성화시장, 시설 현대화 등 전통시장 지원사업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낙후상권 활성화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방지책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우려되고 있다. 중기부는 당초 빈점포를 매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상점을 임대하는 자체 사업을 실설하려 했지만 예산 반영이 어렵다는 기획재정부 의견으로 대책에 담지 못했다. 임대인과 임차인, 지역주민, 지자체 등 상권 주체가 자율적인 협의체를 구성하고 자율 규제와 상생활동에 나서도록 유도할 방침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서 진행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 빈점포 매입사업을 하고 있는데, 내년도 상권 활성화 사업과 연계하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인단체 관계자는 "현재 지방 구도심이 침체돼 있지만 정부 자금이 투입돼 개발될 경우 임대료가 올라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정부가 적정한 임대료 수준을 제시해 시장 과열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공공임대상가가 상권 활성화 정책에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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