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포스코그룹이 오규석 전 대림산업 사장을 신성장부문장(사장급)에 내정하고 기존 철강부문을 철강·비철강·신성장 등 3개 부문으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의 '2019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최정우호 포스코 개혁을 가속화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면서 경제불황에 대응하려는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은 20일 총 36명의 신규 임원인사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직급별로 ▲부문장 선임 1명 ▲본부장 선임 1명 ▲부사장 승진 4명 ▲전무 승진 7명 ▲상무 선임 23명이다.
이번 인사는 최 회장이 지난 6월 그룹 회장에 선임된 후 단행한 첫 정기 인사다. 올해 포스코와 포스코대우 등의 실적이 개선, 성과위주의 인사를 했다는 설명이다. 또 통상 당해 1~2월에 정기인사가 단행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인사 시점이 당겨졌다. 최대한 서둘러 그룹을 정비함으로써 경기불황에 대비하면서도 그룹 개혁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측은 "연고주의 인사를 타파하기 위해 탁월한 실적을 거두거나 신임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실행력을 보유한 인재, 현장 인사들을 중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선 김학동 광양제철소장이 본부장에 신규 선임, 생산본부장을 맡는다. 유병옥 경영전략실장과 이시우 철강생산전략실장은 부사장에 승진, 각각 구매투자본부장과 광양제철소장에 임명됐다. 최주 기술연구원장과 정창화 포스코차이나 중국대표법인장도 부사장이 됐다. 상무로 신규 선임된 최영 홍보실장은 포스코 역사상 첫 여성 홍보실장 기록을 세웠다.
(사진 왼쪽부터)민경준 포스코켐텍 대표, 최영 상무. 사진/포스코
계열사 가운데 포스코켐텍 대표이사로는 민경준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중국 스테인리스 생산법인) 법인장이 내정됐다. 또 유성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계열사 인사는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포스코 사내이사 인사는 추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개편도 큰 폭으로 이뤄졌다. 철강부문을 철강과 비철강, 신성장 3개 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고,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철강부문장은 장인화 사장이 그대로 맡고, 비철강부문은 전중선 부사장(전략기획본부장)이 당분간 겸임한다. 특히 비철강부문은 포스코대우·건설·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 및 국내 비철강 그룹사의 성장 전략 수립과 사업관리를 담당, 사업비중이 늘어났다. 또 비철강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전략기획본부를 CEO 직속의 전략기획본부로 개편했다. 이 조직은 2014년 전임 권오준 회장 당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을 벤치마킹해 가치경영실로 출발, 가치경영센터로 변경됐다가 이번에 전략기획본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미래사업 발굴과 경영전략 수립, 국내외 사업관리, 재무 등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새로 발족한 비철강부문을 CEO 직속의 전략기획본부가 일단 겸직한다는 것은 최 회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에서는 최 회장의 개혁을 구현할 핵심 부서에 외부인사를 충원, 순혈주의를 타파하려고 한 모습이 눈에 띈다. 우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신성장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신설된 신성장부문장에는 오규석 전 대림산업 사장을 영입했다.
(사진 왼쪽부터)오규석 포스코 신성장부문장, 박성진 포스코 산학연협력실장,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사진/포스코
1963년생인 오 전 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LG텔레콤 전략기획담당 상무, 하나로텔레콤 전략부문장, 종합유선방송사업자 C&M 대표 등을 지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대림산업 사장을 역임하며 대림그룹 안살림을 도맡았다는 평가다.
앞서 최 회장은 취임사와 지난달 5일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를 통해 신성장사업을 이끌 조직을 만들고, 외부인사를 책임자로 영입한다고 공언했다. 당시 그는 "2030년에는 철강과 비철강이 각각 그룹 수익의 40%를 차지하고 신성장부문에서 20%를 담당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신성장사업 강화를 위해 이 조직을 그룹 주력인 철강부문과 동급으로 격상, 직접 챙길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직접 신성장부문장을 물색한 가운데 전략통으로 알려진 오 전 사장을 낙점했다. 포스코 측은 "신성장부문은 그룹 차원에서 중점 추진하는 이차전지 소재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또 신성장부문 산하의 산학연협력실장은 박성진 포항공대(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가 맡는다. 산학연협력실은 벤처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실업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조직이다. 박 교수는 포스텍 1기를 수석 졸업한 후 LG전자와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등을 거쳐 2009년부터 모교 교수로 일하고 있다. 또 포스텍 기술지주회사 대표와 산학처장을 역임, 산학연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쌓고 기술사업화 경험이 풍부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점이 높게 평가, 문재인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역사인식과 종교논란 끝에 중도 하차한 바 있다.
포스코그룹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포스코경영연구원장에는 산업연구원 출신의 장윤종 박사가 영입됐다. 1958년생인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프랑스 파리 10대학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한국개발연구원과 산업연구원에서 일했다. 특히 산업연구원에서는 4차 산업혁명 연구부장을 역임했다. 최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이 4차 산업혁명 대치 차원에서 포스코 개혁을 추진 중이다. 장 박사는 포스코 경영전략 마련의 적임자라는 평가다.
아직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했으나 CEO 직속의 통상조직 책임자도 외부 인사를 영입할 계획이다. 포스코 측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라 외부 전문가를 통상조직 책임자로 영입하고, 직급을 임원 단위로 격상, 통상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의 경영비전인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과 '위드 포스코(With POSCO)'를 체계적으로 실천할 기업시민실도 조만간 신설할 예정이다.
포스코 측은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은 실천과 배려, 창의 등 기업시민의 경영이념에 부합하는 인재를 중용하고 순혈주의를 타파한다는 원칙 아래 이뤄졌다"며 "최 회장의 '100대 개혁과제' 실천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100년 포스코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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