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정부가 내년 저소득층과 한부모 가정 등 복지 취약계층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수십조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그동안 취약계층에 들어가는 공적 보조금(공적이전소득)을 계속 늘렸음에도 세금을 쏟아부은 만큼의 긍정적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자료/기획재정부, 그래픽/뉴스토마토
28일 기획재정부는 내년 보건·복지·고용(일자리 포함) 예산으로 올해(144조6000억원) 대비 12.1%증가한 162조2000억원을 책정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복지는 123조원, 노동 27조1000억원, 보건 12조1000억원 등이다. 증가율로 보면 노동 예산이 13.9%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다음으로 복지 12.1%, 보건 8.9%순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예산이 증액된 배경으로 소득분배 개선 및 사회안전망 확충을 꼽았다. 1분위(하위 20%)소득 감소 등 분배상황 어려움이 심화됐고, 특히 고령층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OECD 노인 빈곤율 평균은 12.5%이지만 우리나라는 45.7%에 달한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소득하위 20% 노인(약 150만명)에 대해서는 내년 4월부터 기초연금을 월 최대 30만원 지급하기로 했다. 장애인 연금도 생계·의료급여 수급자에게 같은기간부터 월 최대 30만원을 지원한다.
미혼모 등 한부모 가족 아동양육비 지원연령은 현행 14세에서 18세로 확대되며, 지원금액은 13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오른다. 청소년 한부모인 경우 35만원이 지급된다. 저소득 청소년을 대상으로 장학금 및 멘토링 지원 사업도 추진된다. 신혼부부 공공임대 1만3000호 및 자금융자 3만7000가구 확대를 비롯해 아이돌봄서비스 지원대상·사용시간 확대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예산도 증액됐다.
다만 일부 예산에 대해선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가령 올해 2분기 통계청이 발표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보면 1분위 가구는 기초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이 전년비 14.4%가 증가 했다. 이들 가구의 공적이전소득은 59만5000원으로, 근로소득 51만8000원보다 더 많다. 그런데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큰폭으로 줄면서 가처분소득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구당 월 평균 소득도 7.6% 감소하면서 5분위 가구와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지원하는 공적이전소득이 취약계층의 실질적인 가계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저출산 대책인 신혼부부 공공임대 등의 대책도 매년 해온 대책이지만 효과가 부진했다는 측면에서 소폭 늘린다고 해소될 지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세금으로 투입되는 예산의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매년 규모를 확대하기엔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각에서는 공적이전소득이 늘었음에도 가계가 어려워진 배경을 찾아 이를 우선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부분을 해소하지 않고는 공적이전소득 등 복지 효과가 상쇄돼 예산만 낭비된다는 지적이다. 통계청도 최근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발표하면서 1분위 취업자수가 18%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언급했다.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한 영향도 분명 있지만, 그동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되레 취약계층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다는 점에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예산안이)플러스 효과를 얻는 데 쓰이기 보다는 최저임금 등 정부 정책으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는데 투입되는 예산이 많다"면서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인실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전 통계청장)는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취약계층에 기초연금 등 복지 지원금을 늘린다고 해도 실제 소득보전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노무현 정부때 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성과평가제도를 만들었는데 최근 늘어나는 예산의 타당성을 보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고려해 청년과 여성·신중년(50~60대) 등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함께 지원한다는 계획이지만,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나타난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은 어렵다는 평가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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