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등 규제완화 급물살…"품질관리 우선돼야"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 효과 안나 조급증…심상정 의원 "기업·지방정부 민원 해결로 혁신성장 안돼" 비판
2018-08-22 18:12:34 2018-08-22 20:10:04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정부가 뒤처지는 소득주도성장을 만회하기 위해 경제정책의 또 다른 핵심 축인 혁신성장을 앞세우며 규제완화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를 비롯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분야를 막론하고 사후 규제 방침을 정한 것은 산업 발전을 오히려 망치는 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엄격한 품질관리와 표준화가 뒷받침돼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7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8월 임시국회 처리를 합의한 규제프리존법은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이 발의한 규제프리존법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의원 시절 발의한 지역특구법 개정안,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발의한 지역특화발전규제특례법이다. 특히 지역별로 사업을 정해 규제를 풀어준다는 규제프리존법의 경우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주요 법안으로, 보건, 의료, 환경, 교육, 경제적 약자 보호 등 국민의 일상과 생명안전과 밀접한 분야가 망라돼 있다.
 
정부와 국회의 규제완화의 시동을 건 분야는 의료기기다. 지난달 7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의료기기 분야 규제해결 끝장캠프를 연 데 이어 1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임기 이후 처음 혁신성장 관련 현장행보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많은 노력으로 개발된 의료기기가 규제에 막혀 활용되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낡은 관행과 제도,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며 규제완화에 힘을 실었다. 규제프리존법 외에 현재 국회에는 의료기기 진흥법 다수가 발의된 상태로, 9월 정기국회 논의가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갑작스러운 규제완화 기조는 소득주도성장이나 공정경제 정책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은 데 따른 조급증이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내세우는 3개 경제과제 중 혁신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취지다. 다만 혁신성장의 핵심정책으로 규제완화가 지목된 데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22일 정의당이 주최한 규제혁신 법안 긴급 좌담회에서 심상정 의원은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이 부실한 결과 제2의 창조경제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목적에 맞게 규제 정비가 추진돼야 하는데 기업과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민원을 땡처리해버리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역시 신산업 육성의 해법이 규제완화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나 바이오의약품 등의 분야는 오히려 정교한 품질관리 없이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바이오산업 규제완화를 요구한 것 역시 산업 특성을 무시한 민원이었다는 분석이다.
 
보건의료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를 만드는 메디슨을 삼성이 인수했지만 세계적으로 제품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미국에 이어 2위인 스웨덴은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이라는 뛰어난 연구기반을 바탕으로 정부 지원 하에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추구해 성공했다. 규제가 강한 나라 제품이 오히려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보건의료계 관계자 역시 "고혈압 치료제 암로디핀의 경우 미국를 비롯한 대다수 국가에서 오리지널약에 염기를 붙인 약을 다른 약으로 취급하는 반면 한국은 같은 약으로 인정해준다"며 "국내 제약산업을 육성한다는 미명 하에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 이런 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살아남지 못할 제약사가 국내 시장만으로 마구잡이로 생겨난다. 의료기기 역시 2조원 규모에 불과한 국내 시장에 머무를 기술을 신기술로 포장할 게 아니라면 규제 완화는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의료기기 규제해결 끝장캠프에서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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