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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높은 '오너 리스크'…화이트칼라·2040은 기업 이미지 제고 디딤돌
2018-07-04 07:00:00 2018-07-05 11:09:52
조사 결과 기업과 해당 기업 총수에 대한 신뢰도는 분명한 연계성을 보였다. 지난 3개월 간의 재벌그룹과 총수의 신뢰도 평가를 분석한 결과, 이른바 '오너 리스크'는 한 번 발생하면 쉽게 해소되지 않는 경향이 입증됐다. 때문에 기업과 총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익과 사회책임성을 강화하는 한편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진심을 갖고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업 이미지 확산의 핵심 세대인 20~40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소통 활동과 모니터링제 등을 통한 ‘리스크 예방’ 활동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LG가 3개월 연속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자영업(40.43점)과 50대(43.57점)의 탄탄한 평가를 기반으로 성별, 연령별, 직업별 변수에서 고르게 긍정적 평가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 악영향' 항목에서 부정평가(2.8점)가 매우 낮다는 점과도 연결된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의 후광효과가 아직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와 기업 신뢰도를 비교해보면 연령별로는 3040, 직업별로는 학생과 화이트칼라층에서 총수에 대한 평가가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구광모 체제의 향후 과제가 어느 층에 집중돼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삼성은 기업 이미지 확산의 핵심 세대라 할 수 있는 20대(-5.93)와 30대(-7.69)로부터 마이너스 평가를 받았다. 화이트칼라층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6.72)를 얻었다. 세련되고 귀족적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음에도, 여전히 정치적 이슈에 연루되고 있는 점이 기업과 총수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보인다. 최근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매매’ 의혹과 ‘그린화 작업’으로 명명된 노조 와해 시도와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 임원이 구속되는 등의 사안은 분명 삼성에게 뼈 아프게 다가왔다.
  
상위 그룹에 속한 기업 중 성과적 측면이 부각돼 긍정적 평가를 받은 곳은 현대차다. 최근 전미 신차품질조사에서 톱3를 휩쓸며 형성된 글로벌 고급차 이미지 덕분에 50대(19.38점), 월 평균 소득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17.42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의 핵심거점 지역인 울산(-25.00점)에서의 낮은 평가는 의외의 결과다. 총수 이미지에서 2040 세대의 낮은 평가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SK는 지역적으로 부산(16.00점)과 서울(13.15점)에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자영업(22.70점)과 화이트칼라층(10.28점)에서도 비교적 평가가 좋았다. 기업 대비 총수 이미지의 격차가 다소 크다는 점은 분명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올 상반기 줄곧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한진은 가족중심 경영논리가 작동하는 한국 재벌의 문제가 총집약된 사례다. 상속세 탈루와 ‘사무장 약국’ 운영에 따른 부당이익 취득 등의 혐의로 총수 일가의 법적 처벌을 눈앞에 두게 되면서 상반기 최악의 기업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됐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국적과 관련한 진에어의 비행면허 박탈 논의가 진에어 근로자들의 생계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한진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성별, 연령별, 직업별, 소득별 등 모든 인구통계학적 변수에서 전체 기업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롯데는 20~40대층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높았다. 20대(-22.59점)와 학생(-21.81점)층에서 부정 평가가 높은 것은 롯데리아나 롯데월드 등 젊은 세대가 아르바이트, 여가활동 등 일상 생활에서 롯데를 쉽게 접하면서 불만족스런 점이 더 쉽게 발견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분쟁 등 후계구도 이슈가 장기화되었던 터라 총수 이미지(신뢰지수 –27.67점) 역시 좋지 않아 2040 세대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 개선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한화, 중흥건설 등은 일감몰아주기 관련 이슈가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한화는 40대(-13.46점), 주부(-14.77점), 400-500만원대 중간 소득층(-10.37점)에서 부정적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기업 신뢰도(-8.33점) 대비 총수 신뢰도(-29.93점)의 격차가 큰 기업으로 '오너 리스크'에 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40대(-42.95점), 주부(-35.02점), 화이트칼라(-32.15점)에서 총수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높았다. 
   
중흥건설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60개 그룹 중에서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50%를 넘는 계열사가 가장 많은 그룹으로 꼽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40대(-17.63점), 자영업(-14.18점), 300만원 이하 저소득층(-15.43점)에서 평가가 낮았다.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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