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참 속도 없는 것 같아요." 3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를 취재하며 민심을 듣고자 수원 지동시장을 찾았다. 허기진 속을 달래려 시장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주문하고서는 그에 대해 슬쩍 운을 띄워봤다. 떡볶이를 덜어주던 가게 사장 김모씨(여)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꼭 도지사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 이야기'란 최근 한달 새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 등이 이 후보에 대해 퍼트리고 있는 소문들이다. 이 후보가 형수에 욕설을 한 일을 비롯해 시정 결과에 대한 부정적 평가, 심지어 모 여배우와의 루머까지 제기됐다. 김씨는 이 후보가 그런 소문들을 들으면서까지 꼭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투였다.
김씨의 말은 최근 이 후보에 대한 민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6·13 지방선거에 관심이 적어 누가 경기도지사 후보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재명'이라는 사람에 대한 악소문은 계속 들린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실제로 남 후보는 지난 9일 경기도지사 출마선언 직후 줄곧 이 후보에 대한 저격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 처음에는 그를 '포퓰리스트'에 빗댔다가 '형수 욕설사건'을 언급했다. 29일 저녁 공중파TV에서 방영된 경기도지사 후보토론에서는 남 후보가 이 후보 측 '선거운동원 돈다발' 의혹을,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가 이 후보와 모 여배우와의 루머까지 끄집어냈다. 정책선거가 사라진 아사리판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공공산업노조와 정책협약식을 열었다. 사진/이재명후보 캠프
그러나 이 후보는 반박 논평만 내는 정도로 대응할 뿐 지금까지 남 후보 등에 대한 네거티브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방에 "정책선거로 돌아오라"면서 체육·장애인·반려동물·공공의료 정책 등 공약발표와 정책 간담회에만 몰두하고 있다. 30일에도 전국공공산업노조, 경기 3개자동차노조, 전국금융산업노조 등과 정책협약식을 열었다. 이 후보는 이날 "노동자와 농민이 잘 사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며 "노동이 존중받는 지방정부를 완성하고 공공성을 강화와 보편적 노동인권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간담회를 마치며 최근의 상황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토로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최근의 저를 걱정하시지만 네거티브에 10년 간 시달려 보니 맷집이 세졌다"며 "제가 요즘 많이 몰리지만 옳은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저는 그간 촛불을 든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기득권세력과 싸웠다"며 "사필귀정, 국민의 판단과 선택은 훌륭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행보에 대해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는 성남시장 출신으로서 '변방장수'를 자처했다면 지금은 '변방'인 경기도를 서울에 버금가는 새 경기도로 만들 적임자를 자임한다"며 "흑색선전에도 불구, 정책선거를 하겠다는 후보의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그의 행보는 민심에 투영됐다. 성남과 수원 일대를 돌았을 때 현장의 민심은 이 후보에 더 우호적이었다. 성남은 이 후보의 활동 본거지, 수원은 남 후보의 정치적 고향이지만 시민들은 꿋꿋이 정책선거 의지를 불태우는 이 후보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공공산업노조와 정책협약식을 열었다. 사진/이재명후보 캠프
성남 최대의 재래시장인 모란시장에서 청과상을 하는 이모씨는 "이 후보가 인간적으로 꼭 훌륭한 사람은 아니지만 성남시민 입장에서 봤을 때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서 일을 잘 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꽈배기장사를 하는 김모씨는 "이 후보는 성남 출신이 아니지만, 성남이 배출한 인물"이라며 "여기서도 이 후보를 비판하는 사람들 많겠지만 소탈하게 시민들과 소통하려고 한 점에 대해 인정 안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은 경기도청 소재지다. 동시에 남 후보 부친부터 남 후보까지 2대가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내며 터를 닦은 곳이다. 이곳 시민들은 남 후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으나, 그렇다고 이 후보에 대한 평도 박하지만은 않았다. 수원시청역 옆 홈플러스에서 만난 이모씨(여)는 "요즘 경기도 안 좋고 이번 선거는 사실 관심이 크게 없다"고 운을 뗀 후 "주위에서 이 후보는 (정치적으로) 더 크려고 경기도지사 한다고 하고, 남 후보도 또 한번 해보겠다고 한다던데 아무래도 남 후보가 자식농사 빼고는 흠잡을 데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위에서 남 후보가 '요즘 너무 나갔다'는 이야기도 많다"고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수원 지동시장은 수원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이 후보와 남 후보가 모두 방문해 상인들을 만난 곳이다. 그만큼 수원 민심의 바로미터다. 시장에서 요식업을 하는 서모씨(여)는 "두 분 다 시장을 다녀갔다는데 이 후보 때의 분위기가 더 좋았다고 하더라"며 "이 후보가 소신도 있고 어렵게 산 탓에 없는 사람들 사정을 잘 알고 정치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임모씨(여)도 맞장구를 치며 "바깥양반이 '남 후보가 좋은 분인데 당 때문에 표를 잃는다'는 말을 했다"며 "이 후보가 여당 후보기도 하고 더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공공산업노조와 정책협약식을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재명 후보 약력 ▲1964년 경북 안동 출생 ▲중앙대 법학 ▲사시 28회 ▲1989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 ▲2010년~2018년 민선 5·6기 성남시장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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