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 쓰러진다)④항공사 취업 바늘구멍 뚫었는데…2년간 계약직 '희망고문'
100대 1 경쟁 뚫어도 비정규직으로 출발…신분 불안 극심
국회, "생명·안전업무에 부적절" 기간제법 개정 추진
2018-03-28 06:00:00 2018-03-28 10:24:48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국내 항공사가 객실승무원 채용 후 최대 2년까지 계약직으로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른바 '승무원 인턴' 제도다. 승무원은 인턴기간 동안 정규직 전환이 되지 못할까봐 속앓이를 하는 실정이다. 정규직 전환이 안 되고 계약해지 될 경우, 타항공사까지 취업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승무원이 정규직 채용에 결격사유가 있는 것처럼 주홍글씨로 남는다는 것이다. 
 
 
<뉴스토마토>가 국내 항공사 8곳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승무원을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는 항공사는 8곳 모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 항공사가 인턴제도란 명목으로 승무원을 장기간 비정규직으로 사용했다.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의 승무원 인턴기간은 1년이고 이스타항공은 8개월이다. 그외 항공사의 인턴기간은 2년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르면 기업은 최대 2년까지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다. 항공사들이 법으로 정한 최대 기간까지 비정규직으로 사용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셈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공시(지난해 3월)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비정규직은 1497명(7.5%)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69명(3.0%), 진에어 485명(35.6%), 제주항공 8명(0.4%), 티웨이항공 235명(20.9%), 이스타항공209명(18.5%), 에어부산 290명(28.9%)이다. 비정규직 인원 중 상당수는 승무원이라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정규직 사용 비율은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가 가장 높았다. 에어부산, 티웨이 등 주로 LCC 항공사가 비정규직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승무원 인턴제도는 승무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100대 1을 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는데,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승무원 인턴제도가 일종의 '희망고문'이라는 게 승무원의 공통된 설명이다. 승무원은 연 2회 성과평과를 받는다. 비정규직인 인턴 승무원은 분기별로 성과평가를 받거나, 일반 승무원보다 까다롭게 평가한다.
 
승객의 컴플레인(민원)을 받거나, 평가점수가 낮을 경우 정규직 전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평가항목 중 병가, 공상처리 등도 있어 아파도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데이오프(휴일)를 활용해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 LCC 항공사의 한 인턴 승무원은 현지 체류 중 다쳐 골절상을 입었다. 부상을 숨기고, 휴일에 진료를 받았다. 휴일에 비행스케줄이 잡힐 경우 인턴 승무원의 경우 출근을 거부하기 어렵다. 항공사는 인턴 기간 동안 승무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의 한 승무원은 "자기 주장이 강하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직원은 정규직 전환이 안 될 수 있다"며 "일을 배우는 시기 충성도가 높은 직원으로 훈련된다"고 설명했다.
 
인턴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도 있다. 수습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이 일반적이다. 입사 후 6개월 동안 교육을 받으면 비행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게 승무원의 공통된 설명이다. 
 
생명·안전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배에 탑승한 승무원 29명 중 15명, 선원 10명 중 8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침몰 때 먼저 탈출한 승무원 15명은 이후 구속됐다. 승무원이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인 점이 승객의 안전을 도외시한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생명·안전 업무에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하는 기간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6건의 개정안과 1건의 제정안이 발의돼 있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비정규직일 경우 안전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용에 대한 불안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전에 대한 책임감은 고용형태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항공사는 인턴 기간이 끝난 뒤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본인의 과실, 결근이 없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게 항공사의 공통된 설명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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