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포스코의 첫 주주제안 사외이사로 추천된 박경서 고려대 교수가 자진사퇴했다. 표면적 이유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겸직 논란에 따라 사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성추문 관련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퇴진 압박을 받았다는 말이 나온다. 박 교수는 현재까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권오준 회장체제 2기를 맞아 경영투명성 강화와 주주권익 제고를 꾀하던 포스코가 당혹해하고 있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 바름정의경제연구소는 지난 5일 성명에서 "박경서 교수는 성추문 사건으로 (고려대에서) 2014년 9월∼12월 3개월간 정직·감봉처분을 받은 전력자"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권오준 회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기를 보장받기 위한 방풍용으로 청와대 핵심실세가 낙점한 성추행 전력자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는 의혹에 대해 규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전날 "박 교수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공시했다.
박 교수는 지난달 주주인 APG(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 로베코(로테르담투자컨소시엄) 등이 추천했다. 소액 주주가 주총에서 이사 선임 등을 제안하는 주주제안 제도에 따른 것이다. 주주제안 제도는 0.5% 이상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배당 확대, 이사·감사 선임 등 의안을 직접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주주들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면 회사는 별도의 자격심사 없이 주주총회에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건을 올린다. 포스코는 지난달 13일 이사회에서 주주제안을 처음으로 수용한 바 있다.
박 교수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등을 지낸 지배구조와 재무·금융 분야 전문가이다. 현재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성추문 관련 징계를 받았다는 주장과 관련해 현재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주제안 제도를 통해 투명경영 강화와 주주권익 제고를 꾀하려던 포스코는 박 교수의 사퇴로 입장이 난처해졌다. 지난해 연임 과정에서 권오준 회장의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이 제기된데 이어 연임 이후에는 교체설이 나오는 등 여전히 정치권의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포스코는 임기 보장을 위해 박 교수를 방패막이용 사외이사로 추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회사는 별도의 자격심사를 거치지 않고 이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박 교수를 후보자로 올린 것"이라며 "일부 시민단체에서 권 회장의 입김으로 박 교수를 추천했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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