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가 슬로바키아 보데라디에 있는 LCD 모듈 공장 문을 닫았다. 향후 슬로바키아 갈란타 공장과 인력 및 생산설비를 통합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LCD 업황 하락과 현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현지 공장의 지속성을 고민하고 있다.
28일 로이터, 슬로바키아 스펙터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슬로바키아에 있는 2개의 공장 중 보데라디 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갈란타 공장과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보데라디 공장 직원들에게 올해 4월까지 갈란타 공장으로 이전하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얀 네마 시크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매니저는 “회사는 슬로바키아의 생산공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두 공장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02년 갈란타에 PDP와 LCD TV 공장을 지으면서 부품을 원활하게 수급하기 위해 2008년 보데라디에도 삼성디스플레이(당시 LCD사업부) LCD 모듈 공장을 지었다. 이후 슬로바키아가 유럽 내 LCD TV 주요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공격적으로 생산 물량을 늘렸다. 보데라디 공장은 연간 매출액이 6300만유로(약 835억원) 정도로, 568명의 본사 직원과 1000여명의 외부 직원이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8년 슬로바키아 트르나바시에 LCD 모듈라인을 지었다. 사진/삼성전자
하지만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 현지 공장은 신규 인력 부족과 높아진 인건비 등 이중고에 시달렸다. 보데라디 공장이 위치한 트르나바시는 인건비가 연평균 6~8%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 기아차·푸조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 공장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일자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슬로바키아 정부가 친노동 정책을 쓰면서 주말이나 야간 근무에 대한 추가수당도 높아지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슬로바키아 정부로부터 투자 지원금을 여러 번 받았지만, 지금은 그마저 없어졌다.
LCD 사업 업황도 기로에 섰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추격으로 부가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LCD 생산을 축소하고 OLED 투자를 늘리며 OLED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16년까지 대형 LCD 출하량 2위였던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위에 머물렀다. LCD 생산라인을 OLED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전년 대비 공급량이 15.4% 감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에서도 LCD 생산라인인 충남 아산 L7-1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슬로바키아 생산공장을 지속할 지 고심하고 있다. 2011년 보데라디 LCD 모듈 공장은 생산 물량이 거의 없어 가동이 멈추다시피 했다. 2012년에는 갈란타 LCD TV 공장도 철수하려다, 현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기로 하고 남았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경기 침체로 현지 수요가 급감했고 LCD 수요 역시 떨어지고 있다”면서 “한·EU FTA 이후 관세 혜택도 무의미해져 현지 공장을 유지할 이유가 적어졌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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