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최근 발표된 정책금융의 일부분이 기존 정책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서민들과 금융소비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민생과 밀접한 서민금융 분야와 중소기업을 최우선 챙기겠다고 밝혔지만 전 정부들과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 정부들이 취약계층과 서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진했던 정책금융들은 보여주기식 정책에 그쳐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정부가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금융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각 부처가 지난 24일 합동으로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을 분석한 결과, 정책금융 대책의 일부분이 기존 정책을 보완한 수준에 그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정부는 오는 12월까지 디딤돌대출 적용대상을 연소득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에 지적된 대로 무주택자나 신혼부부, 맞벌이 부부 등 실수요자의 특성을 파악하기 보다는 소득요건만 완화됐다. 디딤돌대출이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주는 정책금융상품으로, 근로자와 서민의 주택자금과 보금자리론을 통합한 상품이다. 정부는 2014년 1월 디딤돌대출을 출시한 이후 두 번에 걸쳐 보완을 했지만 현장을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고 그때그때 보완책을 만들다 보니 실제 신청자들의 느끼는 체감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중소기업과 취약 자영업자 등을 위한 대책도 대부분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제도다. 사업정리 컨설팅과 재기교육을 제공하겠다는 '희망리턴패키지'는 이른바 '소상공인 재창업패키지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중소기업청(현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시행한 제도다. 하지만, 이들 취약 자영업자를 위한 공제 가입 의무화와 영세 소상공인 대상 사회보험(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 확대 등의 대안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같은 정책방향은 전 정부들의 취약계층, 서민들을 위한 보여주기식 금융정책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정부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대국민 재산늘리기 프로젝트로 추진했던 ISA는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꼽힌다. ISA 보유 상위 6개 은행의 계좌를 잔액별로 분석한 결과 전체 계좌 중 잔액이 10만원 이하가 73%를 차지했다. 이중 잔액 1만원 이하의 계좌도 51%에 달했다. 당시 정부는 지난해 3월 ISA를 출시하면서 은행 등 취급 금융기관에 영업압박을 하며 판매를 독촉했지만 결국, 서민들에게 외면받았다.
재형저축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재형저축 전체 계좌 중 잔액이 10만원 이하인 계좌는 전체의 23%에 달했다. 재형저축의 4개 중 1개는 깡통계좌인 것이다. 재형저축 해지도 빈번하다. 지난해 3월부터 올 8월까지 재형저축 계좌 중 18만9022개의 계좌가 해지됐다. 해지로 반환된 금액도 1조2574억원에 달했다.
두 상품 모두 장기간(재형저축 7년, ISA 5년) 유지해야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에게 제대로된 설명 없이 실적 올리기에 혈안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존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없다고 지적이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문재인정부가 후보시절부터 서민과 중기 지원을 중심으로 금융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이번에 발표한 대책 대부분은 기존에 있던 제도를 활용한 것에 불과했다"며 "기존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제도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서민과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민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 너무 복잡하고 중복되는 것이 많다"며 "이를 통합하는 동시에 서민 중에서도 연령별, 계층별, 지역별로세분화해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엽합회 관계자도 "이번 대책 대다수가 이미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정책금융을 만들 때 협회 등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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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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