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불법파견 논란이 자동차에서 철강으로 옮겨 붙고 있다. 내년 있을 포스코 대법원 판결이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1심은 사측 손을, 2심은 노조 손을 들어줬다. 2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포스코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 현대제철 역시 1심에서 사내하청 노조에 승기를 내줬다. 통상임금에 이어 불법파견의 소용돌이 속에 쟁점들도 하나둘 정리되는 분위기다.
7일 포스코와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조 등에 따르면, 이들 노조가 법원에 낸 불법파견 소송은 각각 3건과 4건이다. 포스코는 사내하청 노동자 71명이, 현대제철은 사내하청 노동자 2121명(당진 1700명·순천 421명)이 소송전에 참여했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조 조합원 400명은 이달 중 4차 불법파견 소송을 추가로 제기한다.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조(당진공장) 700명도 연내 추가 소송을 낸다.
이중 포스코와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조는 각각 1건의 소송에서 승소해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2월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 161명은 1심에서 승소해 철강업계 최초로 불법파견 판결을 이끌어냈다. 같은 해 8월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15명이 1심을 뒤집고 2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업무를 직간접적으로 지시하는 등 파견법을 위반했다며, 원청이 이들을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다. 불법파견을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노동자의 근무기간이 2년 지난 시점부터의 임금을 산정해 지급해야 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업무의 완성을 전제로 대금을 지급하는 도급계약에 해당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업무가 '제산→제강→연주→압연' 등 생산공정에서 분리돼 도급을 줄 수 없는 업무라고 판단했다. 전체 철강공정과 밀접하게 연동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또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인사와 근태에도 관여했다고 봤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공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1만5521명, 1만1767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사용 중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1만6877명과 1만1338명을 직접고용해 사실상 원청과 사내하청의 규모가 비슷하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파견 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다. 단, 배달·공연·번역 등 32개 업무는 예외다. 이들 32개를 제외한 업무는 근로자 파견이 불가능하다.
포스코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열연공장과 냉연공장에서 생산된 코일을 크레인을 통해 운반한다. 포스코는 1990년 8월부터 광양제철소의 제품 출하작업을 사내하청에 맡겼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에서 생산된 열간압연강판을 받아 냉연강판을 출하한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크레인·롤샵 등 12개 업무를 담당한다. 당초 원청이 한 업무였지만 1998년부터 사내하청 업체들에게 맡겨졌다. 재판부는 현대제철(옛 현대하이스코)이 '협력사 페널티 규정'을 통해 벌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의 업무지시에 따르도록 강제했다고 판단했다. 제품 운반의 경우 원청이 전산시스템(MES)과 무전기를 통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지시했고, 롤샵 업무는 작업이 늦어지거나 조립이 잘못된 경우 원청의 작업반장이 직접 작업을 요청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2004년 포스코 사내하청 업체에서 시작된 철강업계의 불법판견 논란은 내년 포스코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그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현 상황에서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내하청 노동자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는 데다,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 불법파견 논란은 2004년 고용노동부가 현대차의 사내하청 업체 127곳을 불법파견 혐의로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왼쪽 바퀴는 정규직,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사내하청)'으로 알려진 불법파견 투쟁이다. 2012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는 대법원에서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로 인정됐고, 2015년 현대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 4명도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지난 2월에는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600여명이 2심에서 원청의 정규직으로 인정됐다. 법원 판결로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원청과의 교섭을 통해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있다. 노동계는 불법파견 논란이 완성차업계에서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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