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탐정의 자산관리)착한투자가 뭔가요
"사회적책임 다하는 기업 투자가 장기적 성과도 높고 안전"
2017-08-25 08:00:00 2017-08-25 08: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내 일은 남들이 모르는 걸 아는 거야."(셜록 홈즈) 미스터리한 사건을 푸는데 천부적 재능을 가진 탐정 셜록이 있다면 여의도에는 재무 회계를 읽어주는 ‘맨발의 셜록’이 있습니다. ‘28년 증권맨’ 원강희 KTB투자증권 리스크관리실장(사진)입니다.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탐정 사고방식은 금융투자업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름했다고 합니다. 맨발은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의밉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재무탐정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그는 금융 관련 지식을 통찰력 담긴 ‘글발’로 풀어냅니다. 돈의 흐름을 쥐고 다루는 자본시장에 구구절절한 조언은 달지 않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격주로 여의도 맨발의 셜록을 만나 탐정의 시각으로 자본시장을 들여다 봅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사회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회책임투자'란 단순히 실적을 많이 내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 등 분야에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착한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사회적책임을 사회공헌 정도로 인식해 온 기업들에게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사회와 공존 상생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사회적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 배경은 뭘까요.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스튜어드십 도입과 공정과 공평을 강조하는 최근 사회 분위기가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업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사회 조직입니다.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기업이라는 조직은 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의 구시대적 가치관이 전면적으로 해체되면서 나타난 정신적 아노미 상태를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산업조직이라고 합니다.
 
근대적 기업은 과거의 소규모 가내수공업 등과 달리 경제적 조직일 뿐만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회 공동체적 조직이 되었습니다. 드러커에 따르면 기업은 사회에 효율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러한 기업이 유지되기 위해서 최소한의 이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만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의식이 없다면 어떻게든 이익만 내면 되고 나머지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식의 이기적 태도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기업은 폐수를 정화하지 않고 내버리거나, 써서는 안될 식품첨가물 등을 사용하는 등 사회에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게됩니다. 이러한 행위는 산업혁명 후 피터드러커가 이야기하는 사회 공동체적 조직으로서의 이상에 반하는 행동입니다. 기업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뒤로는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면 그러한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의미는 많이 퇴색될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먹고 살기 위해 성장에만 힘을 썼던 과거와 달리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여유가 생김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생각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의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주식, 채권, 부동산, 인프라자산 등 다양한 투자자산에서 사회책임투자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캐나다와 유럽의 경우 사회책임투자의 60%를 채권으로 투자하고 있어 주목되는데요. 무기 담배 도박과 같은 죄악주 투자 배제로부터 시작한 사회책임투자가 초기 주식투자 수단으로 크게 부각되던 것에서 달라진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보다 다양한 자산군으로 투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프라자산과 회사채에서 신재생에너지, 폐기물관리, 수질개선 등의 사업에 투자가 늘어나면서 사회책임투자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겁니다. 기관의 대체투자가 활발하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활용한 관심도 커질 수 있을지요.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록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요구는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세계적 환경 규제, 엔론사태 이후 기업의 투명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요구 등을 생각하면 사회적책임투자는 강화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회적책임을 방기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입니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킨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시가총액이 사고 당시 한때 100조원 이상 급감했던 사례를 보면 그러한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책임투자가 반드시 주식의 형태로 투자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각종 대체투자 기법이 많이 발전하고 있으므로 실물투자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다양한 형태로 투자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태양광의 효율을 높인다거나 원자로의 폐기물을 잘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이러한 기업에 채권을 투자한다거나 이러한 기업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사회책임투자로 남보다 뛰어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기업이 계속 존속하기 위한 필요 조건이지 충분한 조건은 아닙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할 뿐 아니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성장하고 유지될 수 있다고 봅니다.
 
-업계에서도 사회책임투자 방식의 펀드상품을 출시하고 있는데요.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재무적 성과와 더불어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요소를 정량 평가해 착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삼성착한책임투자펀드’를 최근 선보였습니다. 다음달에는 메리츠자산운용도 책임투자펀드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스튜어드십코드에 참여 결정을 내리면서 사회책임투자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책임투자펀드 대부분이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담고 있어 사실상 일반 펀드와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는데요. 사회책임투자펀드가 실제 사회책임 성격을 다하려면 어떤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까요.
 
▲회계 부정을 저지르면서 이익을 내는 회사 혹은 온갖 환경오염 물질을 몰래 내뿜으면서 이익을 내는 회사를 유망한 성장 종목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회사들은 어떻게 보면 부정행위를 해서 좋은 시험점수를 내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사회가 이러한 기업들을 걸러낼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스튜어드십도 그러한 제도로서 중요하게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주주들이 기업에 대한 각종 감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기업들의 공시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부의 뒷받침과는 별도로 저는 우리나라의 주주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총에 참석해 보면 참석한 주주들의 대부분이 내부 직원들과 같은 내부 주주들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사회적 관심이 덜 한 중소형 기업은 외부 주주들이 거의 참석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적어도 사회책임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주주총회에 반드시 참석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국내 28개 사회적책임투자펀드 수익률은 올 들어 15%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6개월 수익률도 10%가 넘는 등 두자리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주식형 펀드 수익률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그럼에도 유의해야 할 부분은 있을 것입니다. 투자자에 당부해야 할 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기업의 존속에 기본적인 필요 조건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본적인 조건을 지키는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 보다 안전하고 장기적으로 더 나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반드시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기업의 성과는 결국 더 많은 기술 혁신과 판매를 통한 이익 제고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과거 이익을 많이 내면서도 그 이익을 대주주 일가의 호주머니를 위해서만 사용한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러한 기업들의 주주가 되어 압박을 가함으로써 투명성을 제고하고 일반주주의 이익을 제고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주주행동주의적 행동을 통하여 주주평등의 원칙을 회복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막연히 유행에 따라 사회책임투자 펀드에 가입할 것이 아니라, 펀드 가입 전에 그 펀드가 과연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문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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