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국 정단에 풍파 일렁이나
2017-07-07 08:00:00 2017-07-07 08:00:00
지난 2015년 국경절 마지막 날이던 10월7일 당시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푸젠성(福建省) 성장이던 쑤수린(蘇樹林)을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격 발표했다. 쑤수린의 조사는 시진핑 집권 이후 조사를 받는 첫 현직 성장, 젊은 피 수혈을 위해 기업에서 행정계통으로 이직한 전도유망한 정치인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쑤수린은 대학 졸업 후 중국 석유화학 등 기업에서 오랜 기간 재직했다. 그 경력을 바탕으로 젊은 간부 선발 방침에 따라 푸젠성 정부로 옮겨 성장까지 올랐다. 당시만 해도 쑤수린은 ‘60후(1960년 이후 출생)'의 선두주자로 불리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2015년 10월 쑤수린에 대한 전격 조사 발표가 난 이후 지난 1년9개월 여 동안 쑤수린의 처리 결과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쑤수린 사건이 이렇게 오랫동안 당내에서 조사가 진행되었다는 점은 당중앙이 이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리고 2017년 7월초 당중앙은 쑤수린에게 당적과 공직 박탈이라는 ‘쌍개’ 처분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당중앙의 발표에 따르면, 쑤수린은 정치기율과 정치규구, 조직 기율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순시정보를 물어보고, 당내에서 비조직 활동을 하고, 조직 조사에 대항하고, 규정을 위반하여 측근을 선발하고, 국가이익을 돌보지 않고, 조직 원칙을 무시하고, 직권을 남용하고, 결책(決策)을 위반하고, 국유자산의 거대한 손실을 입혔으며, 청렴 기율과 중앙 8항 규정 정신을 엄중히 위반하고, 장기간 공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공금을 유용하여 여행을 다니고, 공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직무를 이용하여 친척에게 방을 싼 값에 사게 했다는 혐의를 적용받았다.
 
쑤수린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 남용, 국가자산 손실, 직권을 이용한 사익 추구, 뇌물 수수 등이다. 이 범죄를 조사하기 위해서 무려 1년9개월 가까이 조사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기존 기율 위반으로 처분을 받은 간부들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2년 가까이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했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쑤수린 조사를 빌미로 당중앙에서 다른 모종의 조사를 함께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왜냐하면 쑤수린은 이른바 ‘석유방(石油幇)’으로 대표되는 젊은 정치인이었다. 그리고 석유방은 18대 시진핑 집권 이후 부패 세력의 온상이라는 세간의 비난을 받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쑤수린의 공식적인 처분 결과 발표가 석유방으로 향하는 칼날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19차 당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사회적으로 이번 당대회는 시진핑 정부의 제2기를 준비하는 전환점에 서 있는 대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19대는 일반적인 권력 교체기에 해당하는 일이 좀처럼 벌어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예전 당대회에서 보였던 지도부 교체에 관련된 그 흔한 ‘찌라시’ 하나도 제대로 나돌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정보 통제 속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통제는 새로운 음모를 낳기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쑤수린의 전격적인 처분 결과 발표는 쑤수린의 정치적 활용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쑤수린의 ‘쌍개’조치를 시발로 정치적 소용돌이가 몰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 내부에서는 당대회를 둘러싸고 철저한 정보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당중앙의 철저한 단속과 검열 속에 특히 당대회 관련 엘리트 교체의 실마리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19차 윤곽은 8월경 개최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전현직 원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기존 관례에 따라 언론에 후보자를 흘리면서 대중과 언론의 평가를 중요하게 취급하던 모습은 이제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와중에 쑤수린의 등장은 당대회 준비가 모두 끝났거나 혹은 대회전의 내부 갈등이 시작되는 전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정중동으로 움직이면서 철저하게 정보의 누수를 막아내던 당중앙이 스스로 정보를 내보이면서 국면을 주도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당대회를 앞두고 보시라이 사건과 같은 중국 정단을 뒤흔들 큰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의심을 버려버리기에는 쑤수린에 대한 쌍개 발표 타이밍이 절묘하다.
 
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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