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미 무역 딜레마…수출 적자에도 재협상 압박
미국이 아닌 한국 대미 무역 불균형 심화
2017-07-02 14:15:05 2017-07-02 14:15:05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재계가 대미 딜레마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대외 무역적자를 이유로 한국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압박하고 있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은 '미국이 아닌 한국이 적자'라고 봐야 할 정도로 적자 누적이 심해서다. 정부가 집계한 무역수지 통계를 보면 주요 제조업과 서비스의 대미 수지는 갈수록 악화,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 대미 무역 불균형이 심화됐다.
 
지난 28일(현지시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3박5일 미국 순방 일정에 동행한 재계는 삼성이 대규모 가전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SK와 두산이 미국과의 사업협약을 체결하는 등 대규모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방미 경제인단의 투자계획은 총 128억달러(약 14조5753억원) 상당이다. 재계가 이처럼 미국에 '투자 보따리'를 푼 것은 트럼프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 등 통상압박을 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는 미국의 대외 무역적자를 성토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적극적으로 천명하면서 지지율을 끌어 올렸고, 대통령이 되자마자 한미 FTA 재협상을 언급해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재계는 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발맞춰 양국의 통상문제 해결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미 FTA 재협상을 압박하는 미국 정부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해야 하는 재계의 표정은 씁쓸하기만 하다. 트럼프정부의 주장과 달리 지표로 보면, 한미 통상관계에서는 미국이 무역적자이기는 커녕 오히려 우리나라가 적자가 더 심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수출입동향'을 보면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는 81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131억5000만달러보다 37.9%나 줄었다. 같은 기간 대유럽 무역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고, 중국, 중남미, 동남아시아에 대한 무역수지도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대미 무역적자는 더욱 두드러진다. 더구나 2016년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도 2015년 상반기(138억7000만달러) 대비 5.2%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미 무역적자는 2년째 이어지고 적자 폭도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대미 적자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이 부진했던 탓이다. 산업부 통계를 보면, 전년 상반기와 비교해 올해 상반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은 각각 9.1%, 14.9% 감소했고, 무선 통신기기와 반도체는 각각 37.5%, 10.4%씩 하락했다. 수출이 부진한 품목의 업종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 등 4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몰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계로서는 '미국 무역적자'를 운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야속한 상황이다.
 
대미 무역적자는 제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6년 지역별 국제수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대미 서비스수지가 142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서비스수지 적자를 세부적으로 보면, 여행수지 적자가 57억2540만달러로 가장 컸고 지식재산권 사용료 적자는 45억9230만달러에 달했다.  
현대자동차의 수출용 차들이 수출선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