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작년 신속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명분으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던 금융권 사용자들이 복귀를 논의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성과연봉제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간 가운데 새로운 직무급제 도입을 위해서는 노사 대화 채널을 복구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 사용자들이 사용자협의회 복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자협의회장을 겸임하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금융산업노동조합의 허권 위원장도 최근 만남을 가지고 사용자협의회 복원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을 받아들인 법원에서도 사용자들의 사용자협의회 일괄 탈퇴에 대해 부당하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있을 명분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 사용자측 대표인 금융사용자협의회는 사실상 해체된 상태다. 작년 3월 금융공기업을 시작으로 시중은행을 비롯한 대다수 사용자들이 사용자협의회를 일괄적으로 탈퇴했다.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강제도입에 반발하고 나서자 금융사들이 사용자협의회 탈퇴로 응수한 것이다.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금융사들은 금융권 노조의 상위지부인 금융노조와 협상을 이어나갈 필요가 없어졌다. 곧바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들은 노조와의 대화를 생략하고 줄줄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어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사용자협의회 탈퇴를 결정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시점에 이들 시중은행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정치 지형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금융노조와 정책 공약을 맺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해왔다. 법원 기류 변화도 이 같은 흐름에 영향을 줬다. 법원은 지난달 주택도시보증공사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성과연봉제 무효확인 소송에서 노조 손을 들어줬다.
현재 새 정부는 이런 문제인식 하에 성과연봉제를 대체할 카드로 직무급제를 검토하고 있다. 직무별 전문성과 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제도다. 조만간 직무급제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노사간의 대화 채널이 복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금융권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재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의 임단협은 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가 산별교섭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결정하면, 개별 은행 노사가 가이드라인을 참고로 임금인상 등을 합의해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급제 전환을 논의하기 전에 임단협을 위해서라도 노조 대화 채널이 복구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새로운 금융위원장이 선임된 후 성과연봉제 재검토가 논의되는 시점에 금융사들이 일괄적으로 복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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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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