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7일 삼성이 '프랑크푸르트 선언' 24주년을 맞았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임직원들을 집결시켜 혁신을 강조한 데서 유래, 흔히 '신경영 선언'으로 알려진 이 날은 삼성 그룹사(史)의 전환점으로 꼽힌다. 기념비적인 날을 맞았음에도 삼성은 예년과 달리 숨을 죽이고 조용하게 하루를 보냈다. 이 회장의 와병과 이재용 부회장 구속 등으로 침통함이 이어졌다.
이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일갈한 신경영 선언 후 삼성은 적극적인 글로벌화를 추진, 스마트폰과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했다. 자산은 1993년 21조2850억원에서 올해 363조2180원으로 17배 올랐고,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8조원에서 442조원으로 55배나 늘었다. 1993년을 전후해 삼성은 한솔, 새한, CJ, 신세계 등을 계열분리했음에도 17년째 재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신경영 선언이 삼성에서 제2의 창사로 통하는 이유다.
삼성은 매년 6월7일을 기념일로 챙겼지만 올해는 침묵으로 하루를 보냈다. 별다른 일정도 잡지 않았다. 2015년 이 회장이 쓰러진 뒤로는 행사보다 사내 방송과 인트라넷 공지 등으로 신경영 선언의 의미를 되새겼다. 올해는 이마저도 없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까지 구속되면서 삼성은 창사 이래 초유의 '오너 공백'을 맞고 있다. 그룹의 구심점이었던 미래전략실까지 해체, '삼성그룹'의 이름을 걸고 행사를 열기가 더 어려워졌다.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건 새 정부에 대한 눈치와 함께 싸늘하게 돌아선 여론도 감안했다는 풀이다. 이달 1일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도 총수 일가가 모두 불참했으며, 행사 내용과 시간 등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그룹의 간판인 삼성전자는 2분기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예약했다. 1분기 이미 9조9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 호황 지속과 갤럭시S8 출격으로 12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연간 최대 실적 경신도 유력하다. 주가도 230만원을 넘어서는 등 연일 고공행진이다. 오너의 공백에 동정을 호소해야 할 삼성으로서는 이 같은 지표가 내심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 삼성 관계자는 "지옥 같은 하루였다"고 말했다. 신경영을 대체할 이재용의 '뉴 삼성'도 무기한 보류됐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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