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방미에 재계 '기웃기웃'
10대그룹 총수들 '이러지도 저러지도'…관계설정 놓고 청와대도 고민
2017-06-06 16:50:08 2017-06-06 16:56:18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말 미국 순방을 앞둔 가운데 재계가 경제사절단 참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대통령 순방 동행은 청와대는 물론 해외 정·재계 인사들과 교분을 나눌 기회지만, 재계의 처지가 예년과 확연히 달라져 기대감도 낮아졌다.
 
문 대통령은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일주일 일정으로 미국 순방길에 오른다.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외교·경제 등 대미 의존적 특수성 탓에 매번 미국을 첫 해외 순방지로 골랐다. 재계에서도 대통령 방미에 동행하는 것은 한미 양국의 대통령과 깊은 교분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일정으로 꼽힌다. 
 
앞서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미국 순방길에 오를 때는 경제5단체장은 물론 삼성과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까지 총출동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미국과 일본을 연속 방문한 강행군 탓에 경제단체장과 일부 총수들만 동행했으나, 미국만 순방한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경제단체와 재계 주요 총수들이 대거 함께했다. 
 
하지만 이번 방미 사절단은 예전과 다를 전망이다.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따라 재계와의 관계가 미묘해진 데다, 여론의 부담도 적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촉발시키며 정경유착의 창구임을 입증, 해체론에 직면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새 정부의 정규직 전환에 제동을 걸며 청와대의 화를 샀다. 이로 인해 양 단체 모두 일자리위원회 구성에서 배제됐다. 
 
총수들의 처지도 난감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속 상태로, 경제사절단 참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최태원 SK 회장은 박근혜정부에서 사면 조치됐고,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지난 4월 초까지 출국금지 조치됐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최순실 사태로 불구속 기소된 데다, 경영권 분쟁으로 재판에도 임하고 있다. 적폐청산을 외친 새 정부가 두 사람을 대동하는 데는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다. 허창수 GS 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 적극적 운신이 어려워졌다. 
 
반면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은 방미에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미에 함께 한 바 있으며, 현대차는 올 1월 미국에 31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문제로 냉각된 양국에 가교 구실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김 회장 역시 트럼프 정부의 실세인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이사장과 친분이 두텁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을 받은 바 있다. LG, 포스코,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도 사절단 동행에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다. 
 
관료 출신의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사절단은 민간 경제외교단이라는 점에서 그간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대표가 사절단 심의에 참석, 재계의 입김이 반영되기도 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그러나 정부가 사절단을 통해 재계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도 있어 아예 배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5월4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에서 경제사절단에 동행하기 위해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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