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1분기 10대그룹의 투자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1345억원 증가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 글로벌 경쟁을 위해 공격적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과 LG가 전년보다 50% 이상 투자를 크게 늘렸다. 삼성과 LG를 포함한 4대그룹의 투자 증가액은 3조1100억원으로, 재계의 총 투자를 견인했다. 다만, 투자가 국내보다 해외에 집중해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31일 <뉴스토마토>가 10대그룹(2017년 공정자산 기준) 계열사 중 1분기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기업들의 투자액(유·무형자산 취득액)을 집계한 결과, 총 투자액은 14조88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8743억원)보다 3조1345억원(28.8%) 늘었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4조8241억원을 집행, 지난해 1분기(2조7171억원) 대비 77.5% 급증했다. SK와 LG는 각각 2조9540억원, 2조5581억원으로 21.4%, 57.0% 투자가 늘었다. 삼성과 LG는 1분기 기준 가장 많이 투자를 늘렸다.
반면 재계 2위인 현대차의 1분기 투자액은 1조 688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조1355억원)에 비해 20.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의 투자가 1133억원(25.1%) 오른 가운데 포스코와 GS는 각각 4400억원(-5.2%), 2541억원(-10.6%) 줄었다. 한화도 투자를 2692억원(26.1%) 늘렸지만 현대중공업과 신세계는 각각 1430억원(-12.8%), 694억원(-18.1%) 줄였다.
자산이 최상위 10대그룹에 집중되고, 그 가운데서도 4대그룹에 쏠렸듯 투자 현황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1분기 10대그룹의 총 투자액(14조88억원) 중 4대그룹 비중(12조248억원)은 85.8%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올 1분기 투자 증가액(3조1345억원)에서 차지하는 4대그룹의 비중은 99.2%로 절대적이다. 같은 기간 5~10위권 그룹의 투자 증가액은 244억원에 불과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재계의 투자 현황을 보다 깊게 들여다보면 국내보다 해외에 집중, 고용과 내수 진작 등 파급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들은 국내·외 투자 비중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그간 밝힌 투자계획을 토대로 보면, 삼성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올 2월 베트남 정부로부터 공장 증설을 위한 2조8천275억원 투자를 승인받고, 삼성전자는 내년 말까지 중국 시안에 10조원을 들여 3차원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투자액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쏠렸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5년부터 베트남에서 TV와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복합단지 조성 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올 상반기 중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 10억달러(1조12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충남 아산의 탕정산업단지에 부지를 확보해 놓고서도 아직 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
LG 역시 마찬가지다. LG화학은 2016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지사업 부문 투자는 9000억원 규모로 중국과 유럽, 미국 등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는데 70% 이상이 집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지난 3월 오는 2019년까지 미국 테네시주에 연간 1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세탁기 공장을 짓기로 했다. 투자액은 2억5000만달러(2797억원)다.
SK도 SK이노베이션이 올 초 미국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을 약 4200억원에 인수했으며,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 등 추가 투자를 모색 중이다. 현대차는 올 1분기에 투자액이 줄었지만 그간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비롯해 일찍부터 해외로 공장을 돌렸다. 지난 1월에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미국에 31억달러(3조5000억원) 상당을 투자, 연구개발·생산시설을 짓는 계획을 발표했다.
홍운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해외 현지생산 비중은 2009년 16.8%에서 2014년 22.1%로 올랐다"며 "선도 부문의 성장 과실이 후발 부문에 흘러가는 선순환 고리가 약화, 대기업의 성장이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의 대안이 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최대 국정과제로 삼은 새 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된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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