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반도체업계가 호황을 맞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대기업은 물론이고 관련 부품이나 장비를 만드는 중소기업들도 분주한 모양새다. 그런데 일손이 바빠진 분야가 또 하나있다. '특수 운송'이다. 반도체 등 고가의 세밀한 제품 또는 장비는 무진동 트레일러로 옮기는 게 일반화 됐기 때문이다. ULP(유엘피)는 국내에 처음으로 무진동 트레일러를 도입한 물류회사다. 현재는 무진동을 비롯해 항온·항습 트레일러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특수 운송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백준석
(사진) 유엘피 대표는 30년 관록의 물류맨이다. 그는 'clean to clean(클린 투 클린)'을 최우선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화물 운송을 맡기면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화물을 제외한 다른 어떤 것도 남지 않고 '깔끔'하게 작업을 끝낸다는 의미라고 한다.
물류맨의 시작은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에서 였다. 30대 초반에 차장을 달며 초고속 승진했다. 하지만 그는 35살 젊은 나이에 국제전시물류팀장이란 직함을 끝으로 회사를 떠났다.
"국제전시물류팀장 시절에 무진동 트레일러를 도입하자고 고객사였던 삼성에 제안을 했었다. 그런데 대한통운 사정이 어렵다보니 일이 무산됐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해보자고 생각해서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와 지입 형태로 운용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그가 트레일러를 빌려준 회사가 지금이 유엘피다. 당시는 개인회사처럼 운영되던 영세업체였다. 2002년 투자자로 합류해 2006년에는 공동대표에 올라 영업을 총괄했다. 갑작스레 창업주가 사망하며 회사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2008년 대표를 맡으며 사명을 유엘피로 변경하며 제2의 창업을 선포했다. 유엘피는 무진동 트랙터 20대, 무진동 트레일러 102대, 항온·항습 특수 컨테이너 12대 등 총 134대의 특수 운송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그린물류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린물류란 온도, 습도, 진동, 충격에 민감한 정밀장비 등을 운송할 때, 항온·항습·무진동 차량을 이용해 포장을 간소화해 폐목재 등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한 시스템을 말한다. 기존 운송에서 거치는 '1차 포장-파렛트 안착-진공포장-목재 포장-상차·고정 후 운송'의 5단계를 '1차포장-상차·고정 후 운송'의 2단계로 줄인 것이다. 물류비를 크게 절감하면서 목재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환경보호 효과까지 거둘 수 있게 했다.
백 대표의 그린물류는 다시 한 번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을 위한 무기는 '에코 파렛트'다. 파렛트는 지게차 따위로 물건을 실어나를 때 물건을 안정적으로 옮기기 위해 사용하는 구조물을 말한다. "아직까지 물류에서 사용하는 목재 파렛트는 일회용이다. 이를 규격화해 금속 물질로 만들어 반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에코 파렛트가 현실화되면 물류에서 목재 사용이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다"
환경보호에 대한 그의 소신은 레저산업까지 이어졌다. 유엘피는 카라반도 제작해 판매한다. 단순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수십대의 카라반, 글램핑 시설 등을 모아 전국 6곳에서 캠핑시설도 운영한다. "카라반도 일종의 트레일러다. 트레일러를 연구하다보니, 이쪽 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카라반은 그 자체가 친환경이다. 숙박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호텔처럼 건설 행위가 일절 필요 없이 때문이다. 자연을 파괴하기는커녕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다가 필요하면 다른 곳으로 언제든 옮길 수도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의 한 업체와 카라반 100대 수출 계약을 맺었다. 카라반만 납품하는 게 아니라 캠핑시설 운영시스템까지 통째로 판매하는 것이다.
백 대표는 올해를 유엘피의 역사에 있어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억원 언저리를 오르내리던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3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인위적인 매출 증대는 지양한다. 그동안 투자하고 준비해온 노력들이 자연스럽게 매출로 드러나게 하겠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백 대표는 "작은 중소기업 하나가 당장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반도체 운송에서 무진동이 대세로 자리잡은 것처럼 그린물류를 통해 물류의 패러다임이 친환경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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