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18일 "경제 민주화의 출발점이 바로 재벌 개혁"이라며 "법을 집행할 때 4대 그룹에 대해 좀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이 날 서울 공정거래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벌 개혁을 비롯한 공정위의 현안 과제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재벌에 엄격한 잣대…조직 확대보다 사기 진작이 우선
김 내정자가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만큼 간담회에서는 재벌 개혁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졌다. 김 내정자는 "재벌 개혁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재벌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공정한 질서와 기업 생태계, 경제 생태계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며 "경제 민주화의 최종 목표는 결국 제조업과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을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재벌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을 꼽았다. 그는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별개의 수단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지금까지는 자산 5조원 이상, 10조원 이상 등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해 엄격해야 할 상위 그룹에는 실효성이 없었고, 하위 그룹에는 엄격해지는 문제가 있었다"며 "4대 그룹에 엄격해지자는 의견을 문재인 대통령이 전적으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재벌 개혁에 대한 이 같은 생각이 문재인 대통령과 일치해 선거 캠프에 참가했고, 공약에도 반영했다는것이다.
그는 "대기업이 발전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고 중소·중견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 져야 한다"며 "이 같은 4대 그룹을 향한 법집행의 강화는 결국 한국 경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기대하는 것을 받아들여 달라는 신호임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정위의 조사국 부활설에 대해 기존의 기업집단과를 기업집단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사국은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대기업을 전담해 대규모 기획이나 직권 조사를 중점적으로 수행했었다. 당시 50명에 달하는 조사인력을 투입해 현대와 삼성, 대우, LG, SK 등 대기업을 집중 조사했던 조사국은 기업들의 반발로 지난 2005년 사라졌다.
김 내정자는 "공정위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경제 분석이다. 담합 같은 당연 위법도 있지만 불공정 거래 같은 부분은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한다는 경제 분석이 뒷받침돼야 제재가 가능하다"며 "공정위 적용 법 조항에 이런 부분이 많고, 이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현재 기업집단과를 경제 분석과 조사를 주 업무로 하는 '기업집단국'으로 확대해 기능을 키우고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인력을 더욱 늘려야 하지 않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현재 자체 조정으로 가능한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금 공정위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권한 강화가 아니라 위상 강화라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김 내정자는 "현재 공정위 실무자들은 보수 정권 아래에서 많이 침체됐을 것"이라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등 형식적인 강화보다는 무엇을 하는 조직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 전체적인 사기를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속고발권 폐지, 공정거래법 집행 효율화 과정
기업의 경제활동에 지장을 초래 할 수 있어 고발권한을 공정위로 국한시킨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정책은 효과를 최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현실에 맞게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경제법을 집행하는 수단에는 공정위의 행정규율과 검찰의 형사적 규율,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의 민사 고발 등 다양한 방안들이 있는데, 전속고발권의 폐지는 검찰과 법 집행을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캠프 공약에서 빠졌던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서는 효율성을 위한 우선순위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가공 자본을 만들어내는 순환출자가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책은 한정된 행정자원을 사용해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하는데 이제 사실상 현대차 1개로 축소된 순환출자 문제를 10대 공약으로 넣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산분리에 대해서는 "과거 정부에서 모든 대통령들이 추진했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것은 컨트롤타워 구축의 실패 때문"이라며 "중요한 정책 목표인만큼 금융위원회, 법무부, 총리실 등 다양한 부처와 협의를 진행해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정착하도록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금까지 파악한 앞으로 중점 추진 과제에 대한 질문에는 "대통령 공약과 관련해 공정위가 추진해야 할 과제는 매우 많다"며 "20년 동안 시민단체를 바라보며 생각했던 것을 모두 말하고 행동에 옮길 수는 없지만, 공정위의 목적인 시장의 공정한 질서 확립을 통해 한국 경제를 다시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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