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 신수종 점검)②삼성 5대 신수종 '지지부진'…'잃어버린 7년'
LED·의료기기 부진, 태양광은 철수, 전장은 애물단지 전락…바이오만 희망적
2017-05-17 07:00:00 2017-05-18 14:19:47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삼성이 그룹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5대 신수종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사실상 바이오제약을 빼면 성과가 없다. 일부는 애물단지로 전락했으며, 일부는 아예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추진 동력도 실종됐다.
 
지난 2010년 5월, 삼성 특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건희 회장이 복귀하면서 공식화한 5대 신수종사업은 당시만 해도 '제2의 신경영 선언'으로 통했다. 이 회장은 삼성의 미래를 밝혀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태양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의료기기 ▲자동차전지(전장) ▲바이오제약 등을 선정, 육성의 뜻을 밝혔다. 삼성은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 매출 50조원과 고용 4만5000명을 창출하겠다"고 설명했다.
 
정확히 7년이 지난 지금 삼성은 더 이상 태양광을 말하지 않는다. 2010년 11월 삼성정밀화학이 폴리실리콘 생산에 투자하고 삼성SDI가 태양광전지 생산라인도 증설했지만, 5년 만에 태양광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업황 부진과 함께 중국의 저가 공세를 탓했다. 삼성SDI는 2014년 결산에서 태양광전지 생산 중단을 공식화했고, 삼성정밀화학도 2015년 5월 해외 파트너인 선에디슨반도체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그리고 그해 말 삼성SDI 케미칼 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을 롯데에 팔았다.
 
LED도 결과는 기대 이하다. 2009년 삼성전기와 삼성전자가 합작, 삼성엘이디를 만들었지만 2012년 삼성전자에 흡수합병됐고, 2015년에는 LED사업부가 사업팀으로 격하됐다. 시장 성장성은 검증됐지만, 낮은 진입장벽으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노출되며 수년째 적자에 허덕였다. 삼성전자 측은 "2016년 연간기준 DS(부품)부문 LED사업팀이 흑자전환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사업이 크게 격하된 데다 새로운 모멘텀 발굴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기 사업도 위태롭다. 삼성메디슨은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2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세계시장 점유율은 4.3%로, 수년째 제자리다. 지난해에는 매각설까지 돌았다. 삼성메디슨은 2020년까지 연매출 10조원의 목표를 제시했지만, 박근혜정부 좌초에 따라 의료민영화 정책까지 실현 불가능해지면서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전장 사업에서는 삼성의 고민이 더욱 깊어진다. 5대 신수종사업 중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딱히 성과는 없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구상과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삼성답지 못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선택과 집중이란 의제 하에 기존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한 것도 이 부회장이었으며, 이를 통해 전장 사업 육성을 꿈꿨다. 삼성은 2015년 10월 삼성SDI 케미칼 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의 매각대금 3조원을 자동차전지 생산라인 증설과 연구개발에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삼성은 이보다 앞선 2012년 5월 이 부회장과 글로벌 완성차업체 최고경영진과의 면담 계획을 밝히며, 그 목적을 전장 분야를 위한 행보로 설명했다. 총수 일가의 대외 일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재계 관례상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만큼 해당 사업에 자신이 있었고, 의욕도 강했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에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지주사인 엑소르 그룹의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고, 삼성전자는 2015년 말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이 부회장이 영업 전면에 나섰음에도 성과는 요원하다. 지난해 9월 FCA 자회사인 부품사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됐고,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올해 4월에는 엑소르 이사회에서도 이름이 빠졌다. 삼성SDI는 BMW와 크라이슬러 등 유럽과 북미 주요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했지만, 기울였던 노력에 비하면 미미한 성과라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의 결정 끝에 배터리 기업으로 재탄생하며 전장 사업을 이끌게 된 삼성SDI는 적자의 늪에 빠졌다. 특히 자동차용 중대형 전지의 실적을 보면 2015년 3110억원, 2016년 32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올 1분기에는 영업손실을 11.1% 줄였지만,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이슈에 휘말리며 연간 흑자전환은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1월 하만을 80억달러(9조4000억원)에 인수한 것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재벌 평론가인 심정택씨는 "삼성은 하만을 전장업체로 소개했지만 하만의 기술은 전장이 핵심이 아니다"며 "오디오는 자동차 엔진 소음과 진동 등을 제어하는 기술을 가졌을 때만 품질을 평가받는 부차적 사업인데, 9조원이나 주고 살 가치가 있는지, 삼성의 어느 사업과 결합해 어떤 시너지를 낼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하만의 매출 중 65%는 오디오가 아닌 '커넥티드 카' 분야"라며 "하만 자체의 기술력도 있지만 벤츠나 BMW, 아우디, 토요타 등 주요 자동차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도 커졌다"고 항변했다.
 
그나마 바이오제약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만 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적자지만,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정상화 궤도에 오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와 '플릭사비'를 출시, 올 초에는 유럽 매출 1억60만달러(1170억원)를 돌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 총 6건의 특허를 취득했고, 지난해 말에는 코스피에 상장됐다. 2018년 인천에 제3공장을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세계 1위까지 넘볼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바이오제약의 안착은 애초 삼성이 신수종사업을 통해 구상한 그룹의 '체질 개선'이라는 목표에 다가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43.44% 보유한 최대주주로, 기존 건설과 상사, 패션 등 취약한 사업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기준 삼성물산 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 비중은 1.05%(2945억4000만원)로, 건설(46.09%)과 상사(37.50%)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지만 삼성물산의 미래는 바이오에 있다는 의견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삼성물산 기업가치의 핵심은 바이오"라며 "기존 건설과 상사, 패션 등이 캐시카우 역할은 하겠지만 성장 모멘텀은 바이오에 있다"고 말했다.
 
자료/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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