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시대) 전국서 투표 행렬, 미세먼지도 비도 막지 못한 정권교체 의지
2017-05-10 06:00:00 2017-05-10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김이향·신건 기자] 9일 전국 1만3964개 투표소에서 열린 19대 대통령 선거는 궂은 날씨에서도 정권교체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확인된 자리였다. 이날 잠정 투표율은 77.2%를 기록하며, 지난 16대 대선(70.8%)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오전에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고 오후에는 비까지 내리는 등 바깥 외출이 쉽지 않았지만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열망을 막지는 못했다. 
 
이날 서울의 미세먼지 수치는 '매우나쁨'을 기록했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 중 상당수가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오전 일찍 문재인 후보가 다녀간 홍은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강○○씨는 "온 가족이 함께 오고 싶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큰딸과만 오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아이가 셋인 강씨는 "다둥이 가족이 행복하고 공기가 깨끗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투표한 후보가 대통령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안 되더라도 다른 곳에서 역량을 발휘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9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제4투표소가 차려진 창천초등학교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려고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투표소를 나서며 인증샷을 찍는 유권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고 투표했으며, 그것도 대선투표에 참여했다는 김□□씨는 가족이 만든 단체 메신저 대화방과 친구들과의 대화방,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인증사진을 찍었다. 김씨는 "처음 투표하는 거라 조금 떨렸다"면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신 분이라고 생각해서 소신 투표했다"고 털어놓았다. 여자 친구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유◇◇씨도 "생애 첫 투표인만큼 제가 뽑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3시30분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서울에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고 투표소를 찾은 조△△씨는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치르게 되는 조기대선이라 대선 분위기도 잘 안나고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책임감만 더 커진 것 같다"며 "방송토론 등을 보면 갑작스러운 대선에 후보들이 제대로 준비를 못한 것 같아 '그나마 덜 나쁜 후보를 뽑는다'는 마음으로 투표를 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새 대통령의 조건으로 "일 잘하는 것보다 국민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원만한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집밖으로의 발걸음이 쉽지 않은 날씨였지만 노년층의 투표 열기도 상당했다. 서울 마포구 창천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올해 74세의 전○○씨는 "그동안 내가 투표한 사람은 꼭 당선됐기 때문에 올해도 한표 행사하려고 왔다"며 "최근에는 보수 후보만 지지했는데 올해는 상황이 상황이라 솔직히 고민을 좀 많이 했다"고 말했다.
 
9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제2투표소가 차려진 강서구의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어르신들은 투표에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종로구 투표소에서 만난 장◇◇씨는 "투표지에 기표할 때 금을 살짝 벗어나 절반만 찍힌 것 같다"며 "수고스럽게 와서 기껏 찍은 표가 무효표가 될까 봐 마음에 걸린다"며 속상해했다. 투표소 참관인은 휠체어를 타고 온 한 노인의 경우 입구 계단 앞에서 내려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투표소 안에 들어왔지만 신분증을 안 가져와서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고 귀뜸했다.
 
유독 '소신 투표'라는 말이 유행이었던 올해 대선이었던 만큼 투표를 마친 후 공개적으로 지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유권자들의 모습도 여럿 눈에 띄었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투표소에서 만난 고□□씨는 "그간 투표에 관심이 없을 뿐더러 누가 되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투표를 잘 안했다"며 "그러나 차기 정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적폐청산이라고 생각해서 문재인 당선자를 선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남구 투표소에서 만난 김△△씨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킬 후보는 홍준표 후보가 딱"이라며 "박근혜정부 이후 보수 우파가 몰락하는 줄 알았는데, 시장경제를 지킬 의지와 강한 안보관을 보여준 홍 후보가 나타난 것은 대한민국의 천운"이라고 주장했다.
 
9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성포동 제4투표소가 차려진 성포초등학교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임○○씨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새 정치를 하려면 그간 정치권에서부터 출발한 인물이어서는 안 되고 안철수 후보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안 후보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가장 소신이 있어 보여서 유승민 후보를 뽑았다"거나 "일을 하는 입장에서 노동자를 생각하는 후보자는 심상정 밖에 없고, 실제로 후보들의 공약을 봐도 그의 것이 가장 낫다"고 말한 유권자도 있었다. 
 
다만 4~5일 치러진 사전투표(26.06%) 탓에 이날 현장 투표율은 18대 대선보다 다소 낮은 모습이었다. 그런 탓에 출구조사가 제대로 맞을 지, 최종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분석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서울 관악구 투표소에서 만난 이○○씨는 "이번 대선에서 처음 사전투표가 치러져서 그런지 뉴스에서 나오는 현장 투표율이 18대 대선 때보다 계속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사전투표에 1000만명이 참여했는데, 혹시 출구조사 결과와 달라지는 것은 아닐지 개표방송을 끝까지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김이향·신건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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