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윤석진 기자] 출범 한 달 만에 25만명 이상의 고객을 끌어들인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 다음달 출범하는 카카오뱅크에는 중국의 상거래업체 알리페이와 텐센트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은산 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문제가 해결되면 이들 중국기업이 공격적으로 자본을 늘려,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유통 등 다양한 사업군에 진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개인금융 사업을 철수 중인 HSBC가 지난달에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폐지했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개인금융 부문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씨티은행의 경우에도 최근 은행의 몸집 줄이기가 한창인 가운데 국내 점포 80%를 철수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자본들이 속속 떠나는 한편, 인터넷 기반의 중국 기업들이 새로 등장하면서 인터넷은행의 경쟁 범위는 국경을 초월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이 글로벌 경쟁자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케이뱅크의 초반 흥행가도에도 아직까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금융 규제 때문이다. 대표적인 규제로는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한도를 10% 미만으로 제한하는 '은산분리'가 꼽힌다. 이 때문에 KT, 카카오 등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인터넷은행의 실질적인 최대주주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ICT기업을 중심으로 각종 산업이 융합한 형태의 인터넷은행에서는 사업 영역을 불문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실시간으로 쏟아져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과 같이 IT기업이 주도하지 못하는 환경에선 혁식전인 사업 모델이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는 6월 출범을 앞둔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대표 역시 "중국 알리바바의 '마이뱅크'가 한국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결제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 인터넷은행이 한국에 진출할 날도 임박했다"며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지 않으면 한국만 뒤처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여년간 해외 인터넷은행의 실패 사례를 토대로 인터넷은행에 대한 인식 전환과 이를 기반으로 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나 국회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보다는 인터넷은행의 공익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을 걸림돌로 꼽았다.
대표적으로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를 통한 '서민금융 지원'을 강조하다보니 인터넷은행 사업자들 역시 기존 은행보다 차별적인 서비스에 나서는 것 보다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의 초기 인터넷은행 넷뱅크(Net Bank)는 급격한 예금 유치와 자산 증가로 눈길을 끌었다가 리스크와 비용 관리를 감당하지 못해 사라졌다"며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국내 은행업 환경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에 대한 지나친 정책적 강조는 인터넷은행의 성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이 안정된 영업망을 갖추려면 수익모델 발굴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90년대에는 신규 시장 진입자들이 가격 경쟁력 외에 기존 은행과 차별화 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존 사업자들보다 강점을 지닐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해외에서는 가격 경쟁력 보다 소비자 편의성과 만족도 중심의 영업모델을 추구한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보이고 있다.
일본 인터넷은행 가운데 예금 규모가 가장 큰 곳(약 13조원)은 온라인 쇼핑몰 1위 기업 라쿠텐이 만든 라쿠텐소프트뱅크다. 모회사인 라쿠텐과 연계해 다양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쇼핑몰 주요 고객인 젊은 층을 타깃으로 신용대출사업을 하는 한편, 직불카드 포인트는 쇼핑몰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독일 피도르방크(Fidor Bank)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힌다. 설립 초기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커뮤니티를 강화한 피도르방크는 상품을 개발할 때도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좋은 아이디어에는 포상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예컨대 피도르방크 페이스북 페이지에 2000명이 ‘좋아요’를 누를 때마다 예금이자가 0.01%포인트씩 높아지는 식이다. 이수진 연구원은 "은행 산업의 본질이 고객 신뢰 확보라는 점에서 SNS를 활용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영업전략을 채택한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이 국회의 은산분리 처리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인 소유 및 지배구조를 도모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법 개정이나 특례법 통과가 되지 않으면 산업자본의 의결권이 제한되는데,모기업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해서는 정부 인가가 전제로 필요하지만 해외사와 경쟁할 경우에는 국내 보수적인 규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인터넷은행이 본질적으로 금융회사인 것은 맞지만 단순히 핀테크 기술을 기반한 신종 은행산업의 발달로 볼 것이 아니라 해외 진출이나 현지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용·윤석진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