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대선국면서 불거진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 무산론에 대해 업계의 생존을 위해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6일(현지시간) '제50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개최중인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러 대선후보들이 성과연봉제에 대해 폐지, 유지 보완 등 언급을 했는데, 호봉제를 유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성과연봉제에 대해 '폐지 후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된 공공·금융부문 성과연봉제가 노사자치주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재검토를 기본원칙으로 각각 '노사 간 협의 없이 도입된 경우 재협의', '즉각 폐지 및 취업규칙에 노동조건 저하 내용 도입시 노조 또는 노동자 과반 동의를 얻은 대표자와의 합의 명시'를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하 회장은 "우리는 호봉제 폐지, 임금체계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포인트는 도입 방법에 대한 것으로 (성과연봉제의) 그 형태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가 지난 27일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주관 인터뷰 내용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당시 인터뷰에서 "정부가 노동자 측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성과연봉제는 하지 않겠다. 박근혜식 성과연봉제에 반대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연공서열대로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는 맞지 않다. 그것이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 회장은 은행권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노사 간 충돌이 적지 않았던 점에 대해 "은행들이 도입해야겠다는 것에 대한 이사회 결정은 했지만 실시하고 있는 곳은 없다"며 "노사 간 대화와 협의를 해야겠다는 것이 기본적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은행이 추구했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정부에 바라는 점으로는 규제개혁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들었다. 하 회장은 "전세계에서 금융업이 발달하고 글로벌한 금융회사가 있는 나라치고 포지티브 규제, 전업주의를 하는 나라가 없다. 미국, 영국, 유럽, 싱가포르, 홍콩 모두 네거티브 규제, 겸업주의"라고 지적했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률상 허용되는 것 외에 전부 규제하는 방식, 네거티브 규제는 법률상 금지되는 것 외에 전부 허용하는 방식으로 각각 후진국·개도국형 규제, 선진국형 규제 방식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성 확대를 언급했다. 하 회장은 "4차산업의 몇 가지 기둥을 이야기하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공유경제 등인제 어느 하나도 정보가 없으면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가 너무 타이트하다"며 "각 지주사 내에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자산운용끼리도 고객정보를 공유하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 초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한 금융투자협회와 신경전을 벌여왔던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 업무 허용 문제에 대해서는 겸업주의 방향에서 꼭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 회장은 "2005년 12월 금융위원회의 증권사에 대한 업무 인가 전까지 신탁업무는 은행만 갖고 있던 사업이다. 은행도 할 수 있고, 증권도 할 수 있고, 보험도 할 수 있는데 (금융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은행이) 신탁의 영역을 넓히는 것을 특정업권의 이해관계라며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금투협의 외환업무와 법인지급결제 업무의 증권사 허용 주장에 대해 "지급결제, 외환은 은행의 고유업무다. 투자은행(IB) 하는 나라 중 증권사에 외환업무를 허용하는 곳은 없다. (은행의 신탁업 허용에 대해서는) 전업주의로 가자고 하면서 남의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반박했다.
하 회장은 은행권이 가산금리 인상을 통한 예대마진차를 통한 이익추구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미국이 제로금리, 즉 0~0.25% 기준금리를 갖고 있을 때 30년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84%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25~1.5%일 때 우리나라 30년물 주담대 금리는 2.6~2.8% 수준이었다"고 반박했다.
하 회장은 "2015~2016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익성이 전세계에서 100위권이 안 된다. 그 정도로 수치가 안 좋은데 가산금리로 폭리를 취하고 했으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발생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실제로 주담대 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것도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불필요하게 돈을 빌리고자 하는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기능해서 이를 억제해야 한다. 금리가 자율적으로 올라가서 (가격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당국이) 직·간접적인 개입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 회장은 남은 6개월 임기 동안 주력할 과제에 대한 질문에 "은행연합회 쪽으로 보면 신탁업무 활성화가 있다. 우리나라 지주회사가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 하는 등 비판을 받고 있어 지주회사법에 대해 당국에 건의하고 있다. 어떻게 유니버설 뱅킹에 가갑게 할 것이냐, 미국식 지주회사 형태로 할 수 있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 관련 지원도 계속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6일 '제50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현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ADB공동취재단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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