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발 금융혁신)④인터넷은행 '서비스혁신', 아직 2% 부족하다
"모바일뱅킹과 차별성 크지않아"…은산분리 등 전폭적 규제완화도 시급
2017-05-04 08:00:00 2017-05-04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권 경쟁을 촉발시키는 '메기'로 주목받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이 제공하는 모바일 뱅킹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제한) 완화 등 전폭적인 규제 완화로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권과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출범 한 달을 맞은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가입자 수 25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한 달간 계좌 개설 건수가 작년 전체 은행권 비대면 계좌 개설 건수(15만5000건)를 크게 넘어섰다.
 
조만간 두 번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까지 가세하면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다만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권이 공을 들이고 있는 '모바일 뱅크'와 비교해 눈에 띄는 차별성을 찾지 못할 경우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케이뱅크가 제공하는 간편송금이나 금융상품 가입·신용대출 등 서비스 대부분은 기존 은행들의 모바일 뱅크에서 제공하는 것들이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주요 금융사들은 인터넷은행 출범이 예고된 이후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로 준비를 해왔다"며 "케이뱅크의 상품이나 서비스 등장에 그리 낯설어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이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활용해 기존 은행과 유사한 예금이나 대출 등의 서비스를 계속 영위할 경우 안정적인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며 "기존 은행의 서비스와 차별화된 특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케이뱅크 가입자 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출범 후 보름만에 20만명을 돌파하는 등의 실적을 기록하다가 지난달 말부터 증가세가 줄고 있다. 특히, 차별화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는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대형 금융사에 자칫 잠식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은행의 자산은 각각 300조원 수준인데, 인터넷은행은 현재 1조원 달성도 쉽지는 않다. 우리나라 인터넷은행의 롤모델인 일본 지분은행의 경우 출범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자산 규모가 20조원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은 가격경쟁력으로 치고 나온 케이뱅크에 맞서 특판 상품 출시 등으로 출혈 경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반격의 준비를 하고 있다. 모바일 주택담보대출 등 인터넷은행이 아직 취급하지 않는 상품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한발 앞선 전략을 짜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주고객층인 중신용등급자의 부실 위험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 리스크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중신용자는 상대적으로 연체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1년만 지나도 충당금 적립 등 관리 비용이 크게 치솟을 수 있다. 시중은행들의 중금리대출 판매가 흐지부지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권에 맞서는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거나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은산분리'라는 벽을 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차원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금융회사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케이뱅크의 지분 구성은 KT 8%, 우리은행 10%, GS리테일 10%, NH투자증권 10%, 다날 10% 등인데 케이뱅크 설립을 주도한 KT는 산업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주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르면 연말에 초기 자본금에 준하는 추가 증가가 필요하다"며 "현재는 수신을 여신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추후 증자가 어렵게 되면 새로 선보인 상품을 유지하는 것 뿐만 아니라 건전성 유지도 힘들게 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 보유 한도를 34~50%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계류돼 있지만 일부 반대에 막혀 진전이 더딘 상황이다.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화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오정근 금융ICT융합학회장은 "은산분리 완화로 예상되는 (은행 사금고화와 같은) 부작용은 지분 제한보다는 동일인 여신한도 등의 장치로 대비하면 된다"며 "기존 은행권을 넘어 해외사와 동등하게 경쟁하려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 선거가 치뤄지고 새 정부가 세워질 때까지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국회도 예전과 사뭇 다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게 시장 안팎의 예상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까지 본격적으로 영업에 뛰어들어 서민 금융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면 은산분리 등의 규제 완화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전향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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