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대선에도 일체 침묵…생명연장 목적에 낮은 행보
혁신안도 비판여론 의식한 '대외용'…재벌의 입 언제 열리나 '초점'
2017-05-01 17:40:03 2017-05-01 17:46:57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한국기업연합회로 간판을 바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생명 연장을 기도하고 있다.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선언했지만, '혁신'은 없고 몸 사리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과거 사례 등을 들어 생존에만 연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한기련은 지난달 24일 허창수 회장 주도로 혁신안을 발표했다. 회장단 회의 폐지와 조직체계 개편, 명칭 변경은 물론 임직원 구조조정과 30~40%의 임금 삭감 추진 등이 골자다. 한기련의 희망퇴직은 지난 2003년 이후 14년 만이다. 무엇보다 여론의 압박이 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함께 정경유착의 창구 역할이 드러났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해체론이 불거졌고, 회원사 탈퇴가 줄을 이었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이미 4대그룹이 모두 한기련을 떠났다. 지난해 회원사 수는 619개였지만 현재 100여곳이 탈퇴, '기업연합회'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자금줄이던 재벌의 연쇄 탈퇴로 재정난은 가중됐고, 재계에서의 입지 역시 급속히 위축됐다.
 
벼랑끝 상황에서 한기련이 내민 혁신안은 '해체보다 발전적 쇄신'으로, 회원사들의 연쇄 탈퇴를 막는 데 방점이 찍혔다. 과거 한기련에 몸을 담았던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탈퇴하고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했지만, 그러고도 평균 임금은 롯데그룹 수준(5000~6000만원)"이라며 "희망퇴직 인력도 한국경제연구원 등 주로 유관기관에서 나온 데다, 팀장 이상 간부나 고참급은 살아남기 때문에 실제 한기련에는 큰 타격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 전경련의 핵심인 사무국을 비롯, 각종 본부와 위원회 등 조직체계가 일부 바뀌지만 기능이나 인력 면에서 거의 변함이 없다는 말이다.
 
과거 사과에만 그쳤던 사례들도 한기련의 의도를 보여준다. 한기련은 지난 1996년 정치자금 수사가 본격화되자 기업윤리헌장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당시에도 정경유착을 근절하겠다고 공언했지만,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정경유착 창구로서의 역할은 여전했고 수법은 더 대담해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기련이 해체될 것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며 "서로의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일단 야권으로의 정권교체가 유력해짐에 따라 행보는 극도로 자제하는 모양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제언'을 내고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등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보다 수위를 높인 정책 건의서를 각 대선주자들에게 전달하며 재계 입장을 대변한 것과 사뭇 대비되는 행보다. 한기련은 역대 대선 때마다 재계 입장을 최전선에서 정치권에 전달하며 '재벌의 입' 역할에 충실했다. 올해 대선에는 비판적 시선을 의식해 일체의 입장 표명을 삼가하고 있다. 한기련 관계자는 "올해 대선에서 별도의 제언이나 입장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기업연합회(옛 전국경제연연합회).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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