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 둔 15일, 광장에서 다시 촛불이 타올랐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때로는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를 토해내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24일 앞둔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을 향한 적폐청산과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가 드높았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주최한 ‘세월호 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행사에는 시민 총 10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시종일관 경건하고 숙연한 분위기에서 집회에 참여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마다 ‘세월호 3년 진상규명’,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 품으로’, ‘세월호진 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의 문구를 쳐든 시민들은 “함께 하겠습니다”, “끝까지 찾겠습니다”,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오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소와 함께 ‘국정농단’사건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적폐를 청산하라”, “우병우를 구속하라”라는 구호도 함께 나왔다. 집회가 진행되면서 연사들의 발언과 세월호 참사 관련 영상이 방영될 때에는 숨죽여 우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본 집회에 앞선 사전 행사에서 무대에 오른 박래군 퇴진행동 적폐특별위원회 위원장( 4.16연대 공동대표)은 박 전 대통령의 ‘구치소 특혜 의혹’을 지적하면서 첫 기조발언을 시작했다. 박 위원장은 “제가 서울구치소 살아본 사람이다.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이재용보다 한참 선배다. 제가 서울구치소 살 때 방이 지저분하다고 도배해달라며 입방을 거부했다면 서울구치소는 저를 당장 징벌방에 쳐 넣고 보름 이상 살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가 방이 지저분하다고 도배해달라고 했더니 도배하는 동안에 (구치소가) 직원 당직실에 머물게 했다고 한다”며 “서울구치소 100년 넘는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저러다가 올림머리하게 머리핀 넣어달라고 하면 넣어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비꼬았다.
박 위원장은 “우리가 지난 추운겨울 내내 촛불을 들었던 이유는 우리 사회에 난무하는 반칙을 없애고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었다며 “잘못된 특권부터 없애야 하는데, 서울구치소는 박근혜를 아직도 대통령으로 생각하고 예우하는 것 같다. 박근혜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일 뿐이다. 어떤 특혜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폐청산 우선 대상으로 검찰을 지목했다. 박 위원장은 “검찰이 우병우를 수사한다고 하더니 제대로 했다면 영장이 기각될 수 있었겠느냐. 세월호 수사방해 혐의도 수사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적폐청산의 대상인 암덩어리라고 자백한 셈이다.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반드시 만들고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 기소권 폐지해야 한다. 검찰이 개혁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어진 ‘세월호 참사 3년 기억 문화제’순서에서는 김혜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무대에 올랐다. 김 위원은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한 약속은 진실규명, 책임자 처벌만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를 소중하게 만드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정말로 사람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나 묻고 싶다”며 “세월호에서 숨진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아직도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던 그분들의 죽음이 이제는 함부로 모욕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숨진 두 교사와 함께 세월호 수습에 자발적으로 나섰다가 사망자가 나온 민간인 잠수사들과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 구조에 나섰던 진도 어민들의 존엄과 권리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300여명의 목숨을 잃었지만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 경고음에 귀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대표로 무대에 선 이권택 경기 양주 덕계고 학생회장은 “세월호 참사는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되는 역사다.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잊지 않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끝까지 함께 하자”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군은 “대선주자들께 감히 한 말씀 올리고 싶다”며 “10년 전에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분이 있었고 5년 전에는 증세 없는 복지와 생애주기별 복지를 얘기한 분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가 되시든 국민들을 위한 진짜 공약으로 보다 나은 사회, 대한민국 헌법 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사회, 세월호 유가족분들, 위안부 할머니들, 사회에서 아픔을 호소하는 분들 손 잡아 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쓰는 대통령이 돼주시길 바란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4월5일부터 12일까지 ‘세월호 희생자 추모 캠페인’을 진행한 서울 영등포여고에서는 박민지 학생회장이 대표로 무대에 올랐다. 함께 나온 영등포여고 학생들은 노란색 종이배를 모아 세월호를 상징해 만든 큰 종이배를 들고 나왔다. 노란색 종이배 각각에는 캠페인 기간 동안 학생과 교사들이 쓴 추모의 글이 적혔다. 박 양은 “동시대 청소년인 저에게 세월호 참사는 너무나 아픈 기억이다. 3년 전 밤마다 세월호 관련 기사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그들을 떠나 보내게 한 나쁜 어른들이 죗값을 치르고 진실들이 하루 빨리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이번 캠페인은 저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노라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해 갈채를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집회에서 추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박진 퇴진행동 상황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본 행사의 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열었다. 무대에 선 박 시장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이겼다”고 입을 열자 시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박 시장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집회는 엄숙하고 숙연해졌다. 박 시장은 “꽃의 계절은 돌아왔는데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이 피었다가 지는데 아이들이, 아이들이 우리들 곁에 없다”며 “아이들이, 당신들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우리만 예쁜 꽃을 보아도 되는지, 우리만 따뜻한 바람만 마주해도 되는 것인지 자꾸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그는 “고난과 시련을 이긴 가족들과 함께 우리는 이 광장에 섰다”며 “광화문광장 세월호 텐트촌은 슬픔, 분노, 그리고 위로를 나누는 공간이었고 그 슬픔과 분노는 마침내 온 국민이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촛불의 광장이 됐다. 그리고 지난 겨우내 촛불은 모든 불의한 것을 불태웠다”고 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사람이 만든 모든 시스템은 사람다움을 잃어버릴 때 재앙이 돼서 다시 사람에게 돌아온다는 것, 어쩌면 대한민국 전체가 세월호인 것을 이제야 우리는 진정 깨닫게 됐다”며 “국가란 결국 국민의 집이고 우리가 나서서 이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시장은 미수습자 아홉명의 이름을 한명씩 소리 높여 부르면서 “제발 이제 그만 우리 곁으로 돌아와 다오. 이제 그만 긴 여행에서 돌아와 우리 함께 같이 집으로 가자”며 “다시는 당신들을 잃지 않겠다. 미궁에 빠져있는 그날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박 시장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광장 여기저기에서는 시민들의 흐느낌이 들렸다.
참사 당시 세월호에 같이 타고 있다가 탈출한 생존자 김성묵씨도 발언대에 올랐다. 김씨는 “아직 그 무엇도 온전히 인양되지 않았으며, 그 어떤 진실도 밝혀진 것이 없다”며 “여전히 국정농단 관련자들과 권력과 자본을 유지하려는 기득권들의 만행은 청산되지 않았다. 세월호의 그 어떤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선 주자들을 향해 “우리는 탄핵만을 외친 것이 아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진실 앞에 평등한 국민의 법, 그 밑에 그들을 세우고자 하는 것”이라며 “미수습자 수습. 적폐청산 그 어느 것도 하지 않겠다면, 그 어느 것도 못해낼 것이라면, 감히 국민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당신들에게는 없다”고 일갈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순호 416연대 공동대표는 ‘세월호 참사 3년에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2014년 4월16일 세월호와 함께 침몰해버린 인간의 존엄은 아직 인양되지 못했다. 희생자를 모욕하는 사회, 죽음을 지겨워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한다”며 “416 이전과 다른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끝까지 함께 해달라.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미수습자 완전수습과 진상규명, 모든 책임자 처벌, 국민권리 회복과 안전사회 건설, 국민의 주권이 온전히 보장받는 사회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주체는 오직 우리 피해자들과 국민이고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조사 대상자”라며 “새 대통령과 정부는 성실히 조사에 응하고 그에 따른 처벌을 피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이어 “제2기 특조위 구성이 내년 초로 예정돼 있지만 너무 늦다. 선체조사위 활동 끝나기 전까지 구성돼 전면적인 참사 진상조사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며 “새 정부는 물론 국회도 지금 당장 제2기 특조위가 구성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연에 나선 문화 예술인들도 추모의 말을 남겼다. 가수 권진원씨는 “3년이 지난 오늘도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음악인으로서, 그리고 딸을 둔 엄마로서 늘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노래 ‘너의 편’으로 시민들에게 인사한 가수 한영애씨는 “가끔씩 이제는 잊어야 겠어 생각하면 잊혀지는 일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결심에도 불구하고 잊혀지지 않는 일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하늘로 먼저 간 친구들과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친구들을 추모하면서 저절로 봄이 되면 하늘을 쳐다볼 거라는 마음이 안 없어진다. 저절로 생각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제는 조금 좋아질 거야. 그래. 조율이 조금씩 될 거야. 그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고 말한 뒤 그의 노래 ‘조율’을 열창했다.
집회 말미에 무대에 오른 가수 이승환씨는 “3년이라는 지난한 시간이 흘렀지만 세월호의 진실은 인양되지 못했다”며 “특조위를 세금도둑이라고 했던 어떤이는 불과 얼마 전에 또 다시 국회의원이 됐고, 세월호 책임 당사자들은 줄줄이 승진했다. 해수부의 의혹투성이 행태들은 또 어떤가.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분노와 먹먹함으로 매일 아침을 맞는다”며 “머지않은 훗날 진실이 밝혀지고 관련자들이 처벌받아서 저희들 모두가 기꺼이 온전한 그리움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어루만져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노란풍선 304개를 들고 무대를 향해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발언자들과 문화예술인들의 공연이 끝난 뒤 ‘노란 빛 퍼포먼스’가 집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 시간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기억하고 진실과 정의를 끌어올리는 다짐의 시간이었다. 시민들은 모두 촛불을 끄고 2016년 4월16일로 되돌아갔다.
“그리운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아껴 불러본다. 잊지 않겠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희생자 304명의 이름으로 가사를 만든 노래가 이어지자 광화문 세종대왕상 뒤에서 작은 불빛들이 천천히 무대로 행진했다. 그 작은 불빛들은 희생자들 304명의 이름표를 붙인 노란색 풍선 안에서 반짝였다. 단원고 희생학생들의 초상화가 앞장섰고, 노란색 풍선을 든 시민 304명이 뒤따랐다.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 메인화면에는 희생자들의 생전 사진과 소지품이 나타났다.
천천히 걸어 온 노란색 풍선 304개가 무대 앞에 모이자 집회 참여 시민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일제히 미수습자 아홉명의 이름을 순서대로 부르며 “돌아오라”고 외쳤다. 퍼포먼스가 끝나고 시민들이 416시민합창단과 함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제창하면서 집회는 종료됐다.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도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제6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무효" "종북 척결" "국회 해산" 등을 외쳤다. 주최 측인 국민저항본부는 대선을 겨냥해 창당한 '새누리당' 홍보에 전력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인 조원진 의원은 "이번 대선은 탄핵 반대 세력과 탄핵 찬성 세력의 싸움이다. 종북 좌파세력들이 위장 촛불집회를 통해 민중민주주의 이루겠다고 하는데 종북좌파 세력을 주도하는 사람이 대통령 자격이 있는가 싶다"고 야권 대선주자들을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하고 당장 석방시키겠다"면서 "똘똘 뭉쳐 종북좌파와 탄핵을 주도한 배신자를 처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과 대한문 일대에서 ‘제6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은 이날 촛불·태극기집회 시민간 충돌에 대비해 122개 중대 9800명의 경력을 투입했으나 양측 집회 밖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 광화문광장 광고탑 위에서 복직요구와 함께 고공농성을 하던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3명이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하면서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이에 앞서 환수복지당 학생 당원 이모씨 등 2명이 '세월호 학살 진상규명 책임자엄벌, 사드배치 반대' 문구와 함께 홍준표·유승민·안철수 대선 후보들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를 바닥에 붙이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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