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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이념성향 살펴보니…문은 '진보-중도', 안은 '중도-보수'
문, 진보층 지지율 50%선 유지 '이상무'…안, 한달새 보수층 지지 '껑충'
2017-04-05 17:51:29 2017-04-06 17:50:27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대선을 불과 35여일 남겨놓은 가운데 각각 지지율 1·2위를 기록 중이면서 ‘야권 대선주자’라는 공통점을 지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이 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 후보가 진보층에서의 확실한 지지를 바탕으로 중도층으로 세력확장을 꾀하는 반면 안 후보 지지층의 경우 기존 중도 중심에서 보수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 눈에 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성인남녀 2550명을 상대로 조사한 후 3일 발표한 3월 다섯째주 주간 통계에 따르면 자신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의 비율은 51.9%를 기록했다. 진보계층에서의 압도적 지지가 문 후보 전체 지지율(34.9%)을 견인하는 모양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 한 달 간 이념성향 별 문 후보 지지율은 보수층에서 10~15%, 중도층에서 35~40%, 진보층에서 50% 내외에서 고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9월부터 촉발된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연인원 1600만명 이상이 참석한 촛불집회와 박 전 대통령 파면, 조기대선으로 이어진 가운데 촛불민심 주도계층의 지지가 문 후보로 수렴되는 모습이다.
 
본선 국면에서도 문 후보는 그간 내세워온 '적폐청산·국가대개조' 기조를 이어가며 기존 지지층을 확실히 지키고 중도보수 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가 지난 4일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며 보수층을 아우르는 화합행보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진보층 사이에서의 굳건한 지지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에는 두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찾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문 후보가 무리하게 중도·보수층으로 외연확장을 시도할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에 따르면 그간 보수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알려졌던 유권자들의 이념지형이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진보 우위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어설픈 ‘우클릭’을 할 경우 다수 유권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의 경우 사정이 복잡하다. 3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자신을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안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의 비율은 18.9%를 기록하며 진보층(13%)은 물론 전체 지지율(18.7%)을 넘어섰다. 3월 초만 해도 안 후보 지지율은 중도층이 끌어갔지만 중순을 기점으로 보수층 지지율이 중도층에 육박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기존 지지세력인 중도층 지지율(21.9%)이 미세하나마 우위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확실한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보수층 민심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황교안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지사를 거쳐 안 후보에게 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안 후보가 보수층 사이에서 지지율이 급등하는 시기는 안희정 지사의 민주당 경선 탈락확실 시점과 겹친다. 같은 시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를 지지해왔던 보수층 일부도 안 후보 지지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이번 대선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야당 후보 간 경쟁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도·보수 유권자 중 문 후보를 불안해하는 심리가 안 후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관심은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삼는 안 후보가 본선에서 어떤 선거전략을 내놓을지에 쏠린다. 자신에게 모여들고 있는 보수층을 잡기 위해 우클릭 행보를 했을 경우 정작 자신이 지켜야 할 호남을 잃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은 호남과 중도·보수민심을 모두 잡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캠프 관계자는 “대한민국 각계각층의 인재를 발탁하는 드림팀 구상을 하고 있다”며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민들의 힘을 모으는 전략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당의 기반인 호남에서 정책과 비전을 설명하고 지지를 획득하는 작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답을 찾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지난달 1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제4대 출범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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